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입한다. 뇌 모방형 초저전력 반도체 설계, 소자와 기반 생산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 AI 시대에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하드웨어(HW)에서도 '반도체 강국'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1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반도체 분야 산·학·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반도체산업 발전전략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밝혔다. 지능형 반도체 국책 R&D사업은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기획해 왔다. <관련기사 2017년 8월 22일자 1면 참조>
산업부는 3월 중순까지 기술 수요 최종 조사를 실시한 뒤 과기정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상반기 중에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예타 조사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 3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국가 R&D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타당성과 가능성을 미리 평가하는 제도다. 산업부 등은 연내에 예타 조사를 통과하고 내년부터 R&D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는 양 부처의 R&D 과제 총액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는 그동안 도출한 반도체 설계, 소자, 생산 3개 분야에서 15개 요소 기술과 32개 세부 기술을 설명회에서 소개했다. 설계 요소 기술에는 AI 프로세서, 초저전력 에지 컴퓨팅, 지능형 SW 등이 포함됐다. 소자 분야에선 로직 메모리 하이브리드 기술과 신소자 기반 AI 프로세서 등, 생산 분야에는 다차원 직접 공정 기술과 패키징 기술 및 초미세 3D 반도체 공정 장비 소재 기술 등이 각각 들어갔다.
과제안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부품연구원(KETI),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반도체 분야 박사와 국내 각 대학 교수 50여명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기획 회의를 거쳐 나온 것이다.
손광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지능형 또는 AI 반도체를 구현하려면 지능화, 저전력화, 경량화를 이뤄 내야 한다”면서 “기반 기술과 세부 기술은 이 같은 요구 사항이 충족될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박영삼 산업부 전자부품과장은 “산업 변화에 맞춰 반도체 분야도 기술 혁신을 지속해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면서 “과기정통부와 협조해 반도체 분야 혁신 엔진을 달기 위한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설명회에 참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반도체 R&D 신규 예산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 같은 기획이 나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도록 반도체 설계, 소자, 생산 기술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초격차 전략'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표. AI 반도체 범부처 R&D 사업 세부 기술 과제안(자료 산업부)>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