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인공지능 통·번역 기반의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찾아라
인공지능(AI) 통·번역 기술은 이미 2000년대 초에도 많은 벤처기업이 도전한 분야다. 당시에는 연산 능력의 한계 때문에 통계학 모델인 은닉 마르코프 모델(HMM) 모델과 인공신경회로망(ANN)을 활용했다. 이 두 개 알고리즘은 현재 AI에서 주로 쓰이는 딥러닝 알고리즘에 비해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
뉴럴 네트워크 알고리즘은 수십 년 전에도 존재한 알고리즘이다. 다만 인간의 뇌에 있는 뉴런을 수학으로 형상화한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많은 연산량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에는 실시간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HMM이나 뉴트런 네트워크 알고리즘 연산량을 인위로 줄인 ANN을 사용한 것이다. 사실상 뇌의 기능을 일부 제한한 것과 비슷한 원리였기 때문에 성능이 좋았을 리 없다.
물론 무어의 법칙을 따라 하드웨어(HW) 성능도 발전했지만 그것만으로 AI 연산량을 처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소프트웨어(SW)의 힘이었다.
연산량의 한계를 혁신으로 극복한 하나의 모멘텀은 바로 크라우드 컴퓨팅이다. 크라우드의 힘을 빌어 비로소 AI는 실시간으로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통·번역 분야도 AI 적용 대표 사례다. 번역 알고리즘은 최근 들어 번역 결과를 기반으로 한 학습 개념이 추가되면서 딥러닝의 역할이 커졌다. 통역 분야는 번역의 입출력 부분에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을 붙이는 개념으로, 이 두 기술 모두 딥러닝 적용 대표 분야다.
이런 배경을 기반으로 실시간 통역기도 현실화됐다. 최근 구글은 40개 언어를 동시에 통역해 주는 무선 이어폰을 발표했다. 시연에서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여성에게 영어로 말을 걸자 이어폰이 중간에서 통역하고, 소통은 어려움 없이 가능했다. 내 귀의 통역 비서가 돼 줄 이어폰도 잇달아 상용화되고 있다. 독일 기업이 출시한 이 제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대화 내용을 40가지 언어로 실시간 통역해 주고, 사용자가 대화를 시작하면 스스로 음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일본 기업은 지난해 목에 거는 웨어러블 통역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동작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말을 한 뒤 버튼을 떼면 대화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 준다.
사실 번역 기술은 딥러닝을 통해 더 일상생활에 깊이 다가와 있다. 구글은 딥러닝을 접목, 오류 발생률을 최대 85%까지 줄였다. 세계 이용자 5억명으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각국의 언어와 정서를 파악하는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 네이버도 파파고 번역 앱에 딥러닝 기술을 도입, 한·중 번역 서비스의 품질을 160%까지 개선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국내 기업 한컴의 AI 통·번역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8개 국어가 가능한 이 로봇 통역사가 선수들의 언어 장벽을 허물어 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내 첫 창업 회사이자 음성 인식 서비스 전문 벤처인 SL2사는 AI 언어 식별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무료통역서비스(BBB)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시스템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매출 2억원을 올린 기억이 난다. 외국인과 통화할 때 언어를 식별해서 해당 자원 봉사자에게 전화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에 선보인 AI 기술 접목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통·번역 로봇은 16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AI 통·번역 시장을 보여 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언어 장벽을 해소하는 기술은 스타트업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