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탐방]<7>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구축현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복합지원동 슈퍼컴퓨터 1실. 슈퍼컴퓨터 5호기 설치가 한창이다. 사람 키보다 큰 16개의 철제 서버 랙(Rack)이 8줄이나 된다. 언뜻 보기에도 슈퍼컴퓨터 5호기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이 간다.

홍태영 KISTI 슈퍼컴퓨팅인프라실장이 슈퍼컴퓨터 5호기의 구성요소,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홍태영 KISTI 슈퍼컴퓨팅인프라실장이 슈퍼컴퓨터 5호기의 구성요소,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랙이 늘어선 것도 볼만하지만 진짜 장관은 이겁니다.” 안내를 맡은 홍태영 슈퍼컴퓨터인프라실장이 랙 사이의 사다리 위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각 세부 시스템을 잇는 하늘색상 연결선이 랙 위를 가로 질러 실타래처럼 이어져 있었다.

홍 실장은 “하늘색 선은 각 시스템의 스위치를 연결하는데, 모두 1만5000가닥이나 된다. 이것을 연결하는데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들이 땀을 흘렸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 5호기 시스템위에 구축된 각종 배선설비
슈퍼컴퓨터 5호기 시스템위에 구축된 각종 배선설비

KISTI는 벌써 반년 넘게 강행군 중이다. 슈퍼컴 시스템은 지난달 연구원에 들어왔지만, 기반시설 공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배선 외에 전력 확보도 고된 작업이었다. 슈퍼컴퓨터 5호기는 아파트 3000세대 분량의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그만큼 전력 설비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뒤이어 살펴본 전력 설비는 슈퍼컴퓨터 시스템보다 컸다. 송전전기를 받아 시스템에 전달하는 수·배전반, 만약을 대비한 세 대의 발전기, 교류 전기를 직류로 바꿔 시스템에 전달하는 장비 등이 슈퍼컴퓨터 1실 아랫층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슈퍼컴퓨터 5호기를 위한 전력 설비의 일부
슈퍼컴퓨터 5호기를 위한 전력 설비의 일부

앞으로 해야할 일은 더 많다. 한 연구자는 “설 연휴를 지나 곧장 시스템에 냉매를 전달하는 '쿨링 도어' 설치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각종 소프트웨어(SW) 작업, 성능을 확인하는 벤치마킹 작업을 해야한다.

이런 노력 끝에 가동될 슈퍼컴퓨터 5호기는 세계 10위권의 성능을 보이게 된다. 연산 속도는 25.7페타플롭스(PFlops)다. 1PFlops는 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70억명이 40년 걸려 마칠 계산을 1시간만에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시스템 속도보다는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슈퍼컴퓨터 성능을 100%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이용 편의성을 높이면 더 많은 기업, 기관, 연구자가 슈퍼컴퓨터의 수혜를 입게 된다. KISTI도 가상화 기술 도입을 비롯해 다양한 이용 편의성 확보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홍 실장은 “이렇게 힘들게 노력하는 것은 몇몇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많은 사람이 슈퍼컴퓨터 5호기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