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로 국가 초고성능컴퓨터(슈퍼컴퓨터) 1차 기본계획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2022년까지 2차 슈퍼컴 기본 계획을 추진한다. 오는 6월부터 본격 가동하는 슈퍼컴퓨터 5호기가 그 중심축이다. 슈퍼컴 5호기는 세계 10위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국내 슈퍼컴퓨팅 환경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길 슈퍼컴퓨터 활용 방안과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계획 및 슈퍼컴퓨터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개발방향 등을 총 3회에 걸쳐 집중 소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정보 범람의 시대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용량의 정보가 쏟아진다. 사회 환경, 각종 연구 및 기업 활동, 행정 내용 등 모든 일상에서 엄청난 용량의 빅데이터가 만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국제 IT기업 이엠씨는 2014년 보고서에서 연간 데이터 생산량이 2013년 4.4조GB에서 2020년에는 10배 늘어난 44조GB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종 빅데이터를 처리·활용할 연산능력 확보가 중요해진다.
슈퍼컴퓨팅은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생산·처리·활용하는 지능정보사회 기반기술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다. 슈퍼컴퓨터는 특수 설계한 하드웨어(HW)와 최적화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 대규모 컴퓨터 시스템이다. PC보다 수백 배 이상 강력한 연산능력을 자랑한다. 매년 발표되는 연산능력 세계 500위 내 컴퓨터를 지칭하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야에 꼭 필요하다. 방대한 빅데이터에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도출하는 우주구조·인간유전체 연구개발(R&D)을 비롯해 각종 신약 및 제품 개발,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도 쓸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슈퍼컴퓨터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미국은 1991년 고성능컴퓨터 법안에 이어 2004년 고성능컴퓨팅 부흥법안을 제정한 이후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에는 국가초고성능컴퓨팅전략(NSCI)을 수립했다. 과학분야 거대 난제 해결을 위한 집단 연구 지원(SciDAC-2), 슈퍼컴퓨팅을 활용한 제조분야 문제해결에도 나섰다.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국가 주도로 슈퍼컴퓨터에 투자를 집중, 세계 500위권 내 슈퍼컴퓨터 가운데 202대를 보유하고 있다. 숫자상으로는 물론이고 합계성능(299PF)면에서도 세계 1위에 올랐다. 2016년 슈퍼컴퓨터 자체기술 개발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발전 13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슈퍼컴퓨팅 활용 제조업 스마트화(중국제조 2025)도 추진한다.
일본은 자체 기술개발을 주요 목표로 '플래그십 2020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스파이어 프로젝트'로 생명과학, 소재, 자연재해, 산업혁신, 우주기원 등 5대 중점분야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1차 슈퍼컴퓨터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가 전반의 연산능력 제고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17년까지 슈퍼컴퓨팅 활용을 확대하고, 세계 톱10 수준의 슈퍼컴퓨팅 서비스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였다. 독자 개발 역량 확보 및 산업화 토대 마련에도 주력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슈퍼컴퓨터 4호기를 비롯한 인프라를 주축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161개 기관에서 연간 2136명에 이르는 개인 연구자가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활용해 우수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중소기업 제품개발도 지원, 2016년 기준 24억4000만원의 매출 증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제품 개발시간을 61%, 개발비용을 78% 절감했다.
그동안 KISTI와 기상청을 비롯해 산업계에서 다양한 컴퓨팅 자원 확보하면서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국가 실측 성능은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기초연구분야 대용량 실험데이터 허브센터 및 첨단 연구망을 구축하고, 테라플롭스(TF·초당 1조번 연산처리)급 슈퍼컴퓨터 핵심기술, 페타플롭스(PF·초당 1000조번 연산처리)급 개발 요소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슈퍼컴퓨팅을 활용한 집단연구, 디지털 제조업 혁신,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 컴퓨팅 자원확보 로드맵 수립 및 체계적 인력양성 분야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2차 기본계획에는 슈퍼컴퓨터가 사회 전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미래 수요에 대비해 컴퓨팅자원을 확보하고 사회 내 저변을 넓히는 역할과 계획을 담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기상청 등이 힘을 모아 마련한 국가 차원의 지능정보기술 발전전략이다. 점점 격렬해지는 국제 슈퍼컴퓨팅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차 기본계획은 △슈퍼컴퓨팅 활용 확대 및 응용전문화 △미래수요 대응 슈퍼컴퓨팅 인프라 확보 △슈퍼컴퓨팅 핵심기술 확보 및 산업육성이 주요 내용이다.
슈퍼컴퓨팅 활용 저변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인·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집단·거대 연구, 국가 R&D도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조업 디지털 혁신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현안 문제 해결에도 슈퍼컴퓨팅을 적극 활용한다.
미래 수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 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용 목적에 맞는 다양한 규모의 특화 시스템 구축으로 자원을 다변화하고, 각종 추가 인프라 확보로 효율적인 배분에 나선다. 슈퍼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 대국민 교육으로 관련 인력 저변 확대도 기본 계획에 담았다.
1차 기본계획을 수행하면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및 차세대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등 새로운 슈퍼컴퓨팅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제2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2018~2022)>
<제2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 추진경과>
<세계 주요국가 슈퍼컴퓨터 시스템 수 및 성능> (단위 : 대, TF/s)
<2017년 11월 기준 국내 시스템 슈퍼컴퓨터 톱500 등재 현황>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