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부터 제너럴모터스(GM) 경영 실사에 돌입해 부실경영 원인 파악에 나선다. 정부는 실사결과와 GM 자구안에 따라 지원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GM은 지난해 경영실사에서도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어, 경영부실 원인 파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6일 정부와 한국지엠에 따르면 정부와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PWC)을 GM 경영실사 담당기관으로 선정하고, 이번 주부터 착수한다. 본래 경영실사는 3개월 가량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1~2개월 만에 끝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실사에 투입되는 인원도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20명 가량이 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실사를 통해 한국지엠 경영 전반의 의혹을 꼼꼼히 따진 뒤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주로 살펴보는 사안으로는 △GM 계열사 간 납품 가격 △연구개발비용 △본사 관리비용 부담 산정 근거 △고금리 대출 내역 등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지엠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약 2조원 적자가 난 원인 규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지엠 R&D 비용이 손실액보다 높은 것에 경영부실의 원인을 밝힐 열쇠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GM에 인수된 이후 15년간 지출한 연구·개발(R&D) 비용이 7조1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평균 4777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매출액의 4~5% 수준이다. 특히 적자가 발생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본사가 한국지엠에서 챙긴 R&D 비용만 1조8580억원에 달한다.
현재 한국지엠 높은 매출원가율 역시 R&D 비용과 무관하지 않다. 2016년 기준 한국지엠 매출원가율은 93.8%에 달한다. 이는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13.7%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연간 6000억원 이상의 R&D 비용을 국내 기업처럼 자산으로 처리하면 원가율은 80%대로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한국지엠이 비싼 가격에 부품을 들여와 반조립 형태의 차량으로 만들어 수출할때는 원가 수준에 판매한 것도 매출원가율을 높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번 실사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산은이 주주감사권을 통한 감사를 진행할 당시 GM 비협조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당시 주주 감사권 행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으로 산은은 지난해 3월부터 2개월간 한국지엠 감사에 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국지엠은 자료 요청을 대부분 거부해 최종보고서 작성까진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도 변수는 GM의 부실 의혹 관련 자료 제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산은은 Δ고금리 대출 의혹 Δ납품가격 부풀리기 Δ연구개발비 편취 의혹 등 한국지엠 경영 관련 의혹들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지엠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실사 전부터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산은은 이번 실사를 최대한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하고자 실사 합의서 작성 때 GM이 이번 실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충실하게 받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이 요청하는 자료를 GM 측이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한국GM에 대한 지원 협상이 결렬될 경우 GM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온 GM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견제장치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편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GM이 추가적인 투자 없이 노동자 일자리를 담보로 자구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GM은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인건비 절감 2000억원, 2018 임단협에서 인건비 절감 3000억원 등 총 5000억원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한 자구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