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계, 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영세기업 피해 우려...보완대책 시급

경제·산업계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자 영세기업 피해를 우려했다. 이번 합의가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과 효율적 근로문화 정착 계기가 되겠지만 영세기업 부담을 해소할 보완입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자회견.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자회견.

경제·산업계는 환노위 합의 관련,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공휴일을 법정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연장 근무를 더 할 수 있는 특례 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줄이기로 한 것에는 '영세기업 타격과 서비스 업종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부여한다면 그 부담은 영세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며 “거의 모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단협 또는 취업규칙을 통해 이미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 영세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례업종 축소 조정을 놓고는 '공중의 편의'라는 특례업종 지정 필요성을 감안한 보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은 대부분 사업자가 해당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임의로 근로시간을 조정하기 어렵고, 소비자 요구(24시간·휴일영업 등)에 맞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돼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특례 업종이 축소되면서 해당 기업 부담이 늘어났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될 수 있는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상상황 시 불가피한 연장근로가 필요하면 근로시간 단축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완입법도 주문했다. 경총은 “산업안전과 특별한 비상상황으로 인해 연장근로 발생이 불가피한 경우 고용노동부 사전승인을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 개정이 별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현재 활용도가 낮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도 대법원 판결 이전 근로시간 단축 관련 국회 입법 절차가 이뤄진 것에 안도하면서도 영세기업 구조적·만성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실질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공휴일을 민간 기업에 적용해 휴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는 노사 합의 시 주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 중기중앙회가 국회에 제시한 보완책이 일부 포함됐지만 여전히 경직된 고용 방식과 해고·임금·노동체계 유연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제도 유연화 등 근로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견기업계도 근로시간 단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현장을 고려한 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국회 합의에 5년이 걸릴 정도로 첨예한 사안인 만큼 환노위 통과만으로 모든 쟁점이 해소된 것으로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른바 약자 보호라는 도덕적, 당위적 명분만을 앞세워 무차별적이고 급격하게 기업 경영환경을 위축시킨다면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동반 성장 기반마저 잠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휴일근로에 200% 중복할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여야 합의안은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라며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노동은 연장노동에도 포함돼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비난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