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지식노동까지 대신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이젠 어떻게 하면 AI를 더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 현장 전문가를 위한 AI교육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입니다.”
최재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값(시계열 데이터)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AI기반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그가 개발한 '관계형 자동 통계학자(The Relational Automatic Statistician)'는 한 가지 데이터의 변화 분석을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수 데이터의 변화를 동시에 예측·분석할 수 있는 AI시스템이다. MIT나 케임브리지대가 개발한 것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주식이나 환율 등의 변화를 개별로 살피는 게 아니라 상호 연관성 속에서 시장 전체의 흐름을 파악한다고 보면 된다. 데이터 간의 관계와 상호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하기 때문에 왜 이런 예측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시스템 개발 노하우를 AI 국가전략프로젝트인 '차세대 AI기술(학습〃추론)' 연구로 이어나가 지난해 150억원 규모의 과제를 확보하고, UNIST에 '설명가능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국내외 AI연구자들과 함께 AI 의사결정 과정과 이유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 결과는 질병 진단, 금융거래 보고서 등 AI가 내린 각종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한마디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데이터를 분석해 '내일을 내다보는 AI'를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AI 의사결정 분석 기술은 산업현장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철소, 발전소, 석유화학공장 등 제조설비에서 나온 운용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할 수 있고, 예측 신뢰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기술을 포스코 용광로 운용에 적용했다. 용광로는 규모가 크고 변수가 많은 시설로 2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 용광로 운용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용광로 내 각종 센서에서 확보한 시계열 데이터를 학습〃분석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그는 “용광로뿐 아니라 산업시설에는 수많은 센서가 달려 있고, 이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이용해 설비의 고장이나 노후 등을 판단한다. 이런 다양한 데이터를 딥러닝화하면 또 다른 공정에 적용 가능하고, 이것을 표준화하면 '스마트팩토리' 구현과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NIST가 있는 울산은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중공업 시설, 발전소 등이 밀집된 지역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울산에 AI기반 데이터분석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산업AI연구센터'를 설립, 제조업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AI강좌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최 교수는 “산업AI를 제조 현장에 빠르게 도입하려면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현장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한국형 산업AI 플랫폼'을 개발, 국내외에 널리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