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 수가 36만명을 밑돌았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지난 10년간 80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했지만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은 1.05명으로 떨어졌다.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인 2.1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미래세대 투자를 통한 저출산 극복'이 선정된 배경이다. 이에 따르면 결혼·출산 친화환경 조성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30%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고 출산지원금을 도입한다. 보육·양육 지원강화를 위해 5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 수당을 지급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40%로 올린다. 여성 고용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 양질의 여성 일자리 확충에 나선다. 출산 후 여성의 재취업 지원도 강화한다.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 두 배 인상과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를 도입한다.
여러 국정과제가 저출산 극복을 지원하고 있다. 유아교육 국가책임 차원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을 국고 지원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격차 완화와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교실 확대도 추진한다. 임기 내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대학 기숙사 수용인원을 5만명 확충한다. 특히, 3명 이상 다자녀 모두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파격적이다. 임기 내 초저출산 탈피와 인구절벽 극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이 눈물겹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과연 저출산 추세를 확실히 되돌릴 수 있을까.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말 개최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보자. 그동안 저출산 해소 목표가 개인과 가족의 행복보다 국가 발전과 인구 유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으로는 삶의 질, 성평등을 향상시켜 출산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맞는 분석이다. 예산분배 문제도 대두됐다. 저출산·고령화 예산에서 무상보육, 기초연금에 3분의 2를 쓰고 나머지로 200여 과제를 한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15~20%인 국가가 1.5명 이상의 출산율을 보이는데 한국은 10%에 불과해 복지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타당하지만 결국 예산으로 문제를 풀자는 것이다.
고출산시대로 되돌아가 근본 해법을 찾아보자. '무자식 상팔자'란 말이 나왔듯이 예나 지금이나 자녀양육은 고된 일이다. 그럼에도 다자녀 출산을 당연시 했던 사회·경제적 이유는 자녀들이 농업·산업사회 노동력과 소득의 원천이면서 노후보장도 됐기 때문이다. 그게 장기적 고등교육과 낮아진 취업률, 늦어진 결혼 등으로 부모부담이 과중해지면서 자녀는 궁핍의 원인이 됐다. 이로 인해 노후 준비를 못한 고령층이 절반에 달하는 반면에 부모와 동거하겠다는 자녀는 급감했다. 이보다 강한 저출산 유발요인은 없을 것이다.
이에 착안해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을 연계한 '다자녀 노후보장' 정책을 제안한다. 즉, 자녀를 18세까지 양육하면 그 수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자녀가 사회적으로 기여한 것을 재원으로 국가가 대신 효도하는 것이니 자녀수대로 보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요한 것은 자녀 출산이 아니라 양육인 점이다. 무자녀의 경우 입양을 해도 된다. 조부모나 친인척이 양육해도 혜택은 같다. 세 자녀 이상이면 노후는 걱정 안 해도 되게 설계하자. '다자녀 상팔자'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프랑스·영국처럼 다자녀를 양육하면 국가에서 지급하는 양육비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다자녀 양육이 전문 직업이 된다. 18세까지 부모소득에 따라 자녀수에 비례해 양육비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도 부족한 미래 인력은 선별 이민으로 보충하자. 외국인이 국내 박사 취득 후 취업시 영주권을 주는 것이 한 예다. 교민청을 세워 늘어가는 역이민과 교포들의 귀향도 장려하자. 그래도 부족한 인력은 인공지능과 로봇 혹은 이들이 결합한 로봇시민이 대신하는 담대한 계획을 세우자. 저출산이 인간과 더불어 사는 로봇시민 시대를 앞당길 수도 있다.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ctrim@gist.ac.kr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