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을 둘러싼 제약사간 특허분쟁이 원천특허를 무효시키는 '도장깨기'에서 특허를 우회하는 '회피전략'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천특허 무효심판에 비해 소극적권리확인심판 성공률이 월등히 높아 시장 진입에 유리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특허심판원이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 3년을 맞아 지난 3년 동안의 의약품 관련 특허소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행 첫해인 2015년 2222건에 이르던 심판청구건이 2016년에는 311건, 2017년에는 395건으로 줄었다.
3년 동안 청구된 특허심판은 총 2928건으로 이 가운데 731건이 특허도전에 성공했다. 특허도전자가 승소한 특허심판 가운데는 무효심판이 265건으로 성공률 24%를 보였고,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은 465건으로 성공률이 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속기간연장무효심판은 1건만 성공했다.
소극확인심판은 청구인의 확인대상발명이 등록된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특허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심판청구 시행초기인 2015년에는 존속기간연장무효심판을 포함한 무효심판 청구건수가 1801건에 달했으나 2017년에는 22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권리범위확인심판 건수는 같은 기간 421건에서 373건으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무효심판이 전체 청구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81.1%에서 2017년 5.6%로 줄어든 반면 권리범위확인심판은 18.9%에서 94.4%로 높아졌다. 주종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허가제도에 특허제도를 연계시킨 것이다. 복제약(제네릭) 판매금지와 우선판매품목허가가 핵심이다. 특허도전에 성공하면 해당 의약품을 9개월 간 우선 판매할 수 있다.
정세준 특허심판원 심판관은 “국내 제약사들이 무효심판 성공 가능성이 낮다보니 맞춤형 특허전략을 갖고 소극적권리확인심판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둘러싼 제약업계의 머리싸움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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