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향약집성방을 비롯한 의서와 한의학 지표 등 한의학 관련 빅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한 인공지능(AI) 한의사가 나온다. 혈압과 맥박 등 생체 정보를 분석해 진단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려 주는 것은 물론 건강 상태를 상시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 주는 건강지킴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학 개념을 정량화·디지털화한 AI 한의사는 한의학 글로벌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은 내년부터 내부 과제로 'AI 한의사' 연구를 시작하고, 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및 대학과 컨소시엄 형태로 융합연구단을 구성한다고 15일 밝혔다. 연구단은 AI 성능 고도화 및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다.
AI 한의사 연구는 이상훈 미래의학연구부장이 이끈다. 한의학연은 우선 진단 기반이 되는 양질 데이터 확보에 주력한다.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등 옛 한의학 문헌과 각종 임상 한의학 지표를 정량화해서 학습한다.
연구단은 그동안 개발했거나 개발 예정인 다양한 한의학 진단 장비도 적극 활용, 의료 빅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혀 상태로 진단하는 '설진기'와 맥을 측정하는 '디지털 맥진기' 등이다. 다양한 한의학 지표를 측정하는 기기의 자체 개발도 추진한다. 양의학 기기를 한의학 진단에 맞게 수정, 최적화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한의학연구원은 정량화한 환자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들고 관리하는 '한의학 데이터 공유 센터'도 구축한다. 수집한 한의학 지표와 환자 생체 정보로 데이터세트를 꾸리고, 임상 한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웹 기반 진단 및 치료 정보 입력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2021년 이후에는 실제 서비스 모델을 개발, 운영한다. 한의학연에서 AI 한의사 서비스를 위한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컨소시엄을 통해 성능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AI 한의사는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하우스에 접목하면 집 안에 설치한 각종 측정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가족 건강 상태를 자동으로 수집, 적절한 조언을 해 주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처방까지 내려줄 수 있다.
김종열 한의학연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의학연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면서 “예방의학에 강한 한의학의 특성을 잘 살리면 글로벌화를 이끌 수 있고, 연간 160조원 규모에 이르는 세계보완대체의약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