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미래 챗봇 시장의 두 가지 방향
뉴질랜드 스타트업이 개발한 아바타 챗봇 나디아가 얼마 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디아는 웹캠을 통해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사람 표정을 보고 감정을 이해한다. 사람이 표정을 찡그리거나 목소리 톤을 바꾸면 이 챗봇은 그에 맞춰 슬픈 표정을 짓거나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나디아는 감정 지능 가상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베이비X' 기술에 기반을 두고 개발됐다. 이 기술은 챗봇이 더욱 정교한 수준으로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주고, 인공지능(AI)처럼 학습을 통해 감정 이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장애인에게 AI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나디아는 미래 챗봇 시장의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국내 사례 두 가지를 비교해 보자. 신의 직장 '클로저'와 아로파 'ASK' 챗봇 서비스는 둘 다 2015년에 시작된 서비스다. 클로저는 고객센터 시장에 집중해서 챗봇을 다른 서비스에 도움을 주는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발전시켰다. ASK는 챗봇 자체가 여행 가이드를 제공하며, 온·오프라인연계(O2O) 전자상거래로 수익을 내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에 집중했다.
두 기업 모두 탁월한 기업가 정신으로 서비스에 몰입했지만 ASK는 클로저와 달리 장기 사업 모델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유는 현재 기술수준으로 볼 때 챗봇 사업모델은 챗봇 자체가 완벽한 서비스 사업 모델이 아니라, 특정한 서비스의 효용성을 높여주는 도우미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만약, 챗봇 자체가 B2C 서비스로 사업을 할 수 있으려면 나디아처럼 인간 감정을 어루만지는 친구 서비스로 가야 한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에 챗봇 기능이 가미되는 형태인 B2B 시장은 이미 열렸다. 결론적으로 챗봇 시장은 현재 열린 B2B 시장에 집중하거나 또는 미래 시장을 보고 장기적으로 감성 이해 기반의 B2C 친구 서비스로 접근하기를 권한다.
챗봇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은 기술을 어떻게 확보하며 경쟁 우위를 만들어 가야 할까. 챗봇은 처음부터 독자 힘으로의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하다. 챗센터와 동시에 운영해야 한다. 챗센터는 사람이 고객에게 묻는 채팅 질문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챗봇 서비스를 오픈하면 챗봇이 대응하기 어려운 예외 사항은 챗센터 상담사가 대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체로 초기 오픈 시에는 90% 가까운 예외 상항이 발생한다. 보통 고객은 스마트폰 채팅으로 묻고 상담사는 PC 환경을 통해 응대한다. PC를 통해 응대하면 여러 명의 고객에게 동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향상된다. 생산성 향상보다 더 큰 수확은 챗봇을 학습시킬 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챗봇은 학습을 통해 예외 상항을 빠르게 줄여 나간다. 이는 챗봇이 학습 재료 확보를 통해 꾸준히 지능을 개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챗봇 스타트업은 AI 챗봇이 학습해야 하는 재료 확보 행위를 각자 자기 영역에서 집중해야 한다. 집중한 만큼 지능이 더 향상된 챗봇이 탄생할 수 있다.
굳이 기술 확보 측면에서 원천 알고리즘을 논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이라면 챗봇을 학습시킬 AI 알고리즘으로 IBM 왓슨,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의 AI 알고리즘 사용을 권한다. 스타트업이 AI 알고리즘 영역까지, 다시 말해서 AI 원천 기술 영역까지 도전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응용 소프트웨어(SW) 영역에서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몰입이 가성비 높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