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980년~2000년생 밀레니엄 세대, 은행 안가고 아마존·구글 이용

[이슈분석]1980년~2000년생 밀레니엄 세대, 은행 안가고 아마존·구글 이용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가 경제 주류로 부상했다.

소위 '외계인' 혹은 'Y' 세대로 불리며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다. 이들은 은행 등 금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신 IT기업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 세계 은행과 금융기관은 IT거인들의 위협에 떨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는 은행보다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금융서비스를 더 선호한다.

BI인텔리전스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 53%가 금융사 대신 IT기업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은행을 이용하는 밀레니엄 세대 23%에 불과했다. 때문에 밀레니엄 세대를 고객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좋아하는 플랫폼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금융사가 시장에서 IT기업에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 vs IT거인 '혈투'

미국에서만 밀레니엄 세대 인구는 9200만명. 1965년~1979년 사이에 태어난 X세대 6100만명, 더 이전의 베이비부머 세대 7700만명보다 많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세대가 주류 경제층으로 부상하면서 신용카드보다는 삼성페이등 간편결제를 선호하고 전통 은행 대신 비대면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한다.

금융사와 IT기업간 첨예한 서비스 경쟁이 촉발됐다.

선제 공격은 IT공룡기업이 시작했다. 애플은 애플페이에 이어 송금서비스인 애플페이 캐쉬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원클릭 결제와 아마존 페이, 독자적인 스토어 카드 발급에 나섰다. 가맹점 대출 사업도 시작했다.

페이스북도 메신저를 활용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고, 구글은 올해 안드로이드페이와 구글월렛을 통합, '구글 페이 브랜드'를 선보였다.

채팅형 P2P송금서비스 벤모(Venmo)는 지난해 3분기에만 밀레니엄 세대 고객 서비스로 90억달러의 송금을 취급했다.

금융사도 반격에 나섰다. IT기업에 대항해 밀레니엄 세대를 대상으로한 뱅킹서비스가 최근 나왔다. 체이스의 핀(FINN)과 RBC(캐나다 소재 은행)의 노미(NOMI) 서비스다.

미국 최대 은행 체이스는 엉뚱한 전략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뱅크 핀을 상용화했다. 계좌 신청은 페이퍼리스 모바일, 개인 송금은 휴대번호 전화와 이메일로 가능하다. 청구서 지불과 이용명세조회, 잔액 조회, 수표 예금도 모바일로 한다. 또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지출과 저축을 관리해준다. 체이스는 빅데이터 등을 통해 1년간 밀레니얼즈 금전 상황과 지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의사결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감정'이란 것을 알았다. 즐겁고 기쁜일이 있으면 긍정적인 의사결정, 싫거나 슬프면 부정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이 조사를 통해 핀 서비스가 탄생했다.

강요를 싫어하는 밀레니엄 세대를 고객화하기 위해 스스로 지출 내용을 평가하고 룰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되는 핀 직불카드를 사용하면 이용 상황이 앱으로 자동 전송된다. 이번 주에는 몇 번 행복했는지, 나빴던 지출액은 얼마인지 자신의 지출 행동을 뒤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

카드나 계좌 이용 상황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래프로 가시화한다. 주간, 월간 이용상황은 파이 차트, 시계열은 봉 그래프로 표시한다. 여기에 자동차 관련, 식비, 쇼핑, 오락 등으로 자동 분류해준다. 이는 다시 말하면 지출 트렌드를 알고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식비 지출 비율이 20%로 많다는 걸 알게 되면 상세 정보를 보고 무엇을 줄일 수 있을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대만 정부도 대만페이 보급률 목표를 90%로 상향하고, 밀레니엄 세대에 익숙한 모바일결제 보급에 나섰다. 모바일결제를 받는 가맹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보조금 지급과 파격적인 규제 완화 계획을 수립 중이다. 가맹점 인센티브로 세제 우대, 월간 매출 20만달러 이하 가맹점이 모바일 결제를 받는 경우 2020년 12월31일까지 3년간 법인세율을 1%로 깎아준다. 약 40만 가맹점이 혜택을 본다.

◇금융기관 불신하는 밀레니엄 세대

밀레니엄 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이들 세대는 기존 은행에게는 가까운 장래 유망 고객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활용에 익숙하고 가치관이 그 이전 세대와 달라 '외계인' 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금융 서비스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SNS 채팅, 인스타그램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를 주로 활용한다.

모바일 기기를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밀레니엄 세대는 77%에 달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생활하는데 없으면 안될 툴이다.

미국은행협회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모바일 앱에 뒤떨어지는 은행에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지점보다 모바일로 계좌를 개설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매우 강하다. 일반인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모바일로 이용 상황을 트래킹하는 편이 편리하다는 답변도 61%에 달했다. 은행이 금전관리 툴을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답한 밀레니엄 세대는 67%. 예금과 대출, 결제 등 은행의 3대 업무에 추가로 금전관리 툴은 밀레니엄 세대 필수 서비스가 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금융기관을 불신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2015년 조사에서 이들 밀레니얼 세대의 33%는 향후 5년 사이 은행 계좌를 필요로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성향을 분석한 아마존은 은행 계좌가 없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계층을 위한 금융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미국의 대형 은행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밀레니엄 세대를 유입하기 위한 경쟁이 조만간 촉발될 전망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