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은 전체 5% 미만인 중화상 환자를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현 정책은 대다수인 95%를 치료하는데 맞춰져 있어 비효율적입니다.”
김도헌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화상 치료체계 비효율성을 '평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인력과 비용은 전체 화상환자 5% 미만인 중화상 환자에 집중되지만 수가 적다는 이유로 95%의 일반 화상환자에 맞추다보니 적절한 자원이 투입되지 못한다.
김 교수는 “목숨이 위태로운 중화상 환자는 꾸준히 발생하지만, 수가 적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지 않아 복합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기준 국내 화상환자는 60만2149명으로, 전년대비 3.2% 늘었다. 이중 체표면적 20% 이상 화상을 입은 중화상 환자는 전체 5% 미만이다. 실질적으로 화상 치료체계는 목숨이 위태로운 중화상 환자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수가 워낙 적다보니 전체 화상환자에 맞춰졌다.
그는 “화상 치료 핵심은 상처관리인데, 중화상 환자 한명 당 일반환자 30~40명에 달하는 드레싱 자원이 필요하다”면서 “현 화상 지원체계는 화상 심각도 구분 없이 일반 화상 환자에 맞춰져 부족한 부분은 비급여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화상은 각종 안전사고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정부의 안전사고 방지 체계가 고도화되면서 대형 화재, 감전 사고는 많이 줄었다. 자연스럽게 심각한 화상 환자 수도 큰 폭으로 늘지 않는다. 관심이 줄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전문병원은 한강성심병원을 포함해 전국 5곳에 불과하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받는 질병 중에서 중증화상이 제외되기도 했다. 화상을 일반 진료로 분류한 것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니 병원도 관심을 줄이게 되고, 필연적으로 의료진도 부족하다. 화상은 외과, 응급의학과 등과 달리 외상 내 세부전문의로 구분되지 않는다. 전문적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다. 삶의 질과 연관된 재활 치료 역시 화상재활의학과도 전무하다. 화상 치료 전문 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김 교수는 화상치료를 공공적 성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상 환자 상당수가 경제취약계층이다. 화상 치료뿐 아니라 흉터 등 재활치료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국가가 '복지' 측면에서 화상치료를 인지해야 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중화상 환자 한 달 치료비만 1000만원이 들지만 상당수가 비급여 인데다 화상재활의학과가 없다보니 제대로 된 재활치료도 받기 어렵다”면서 “문재인 케어 핵심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인데, 화상 치료에 대한 지원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서비스의 공공재는 촌각을 다투거나 병원에 안가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환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중화상 치료를 공공영역으로 인지해 급여화와 전문 인력 양성, 재활치료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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