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일(현지시간) 인터넷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에 3%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디지털 세금' 계획을 공개했다.
외신들은 이런 세금 개정안이 28개 EU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국가들이 저항하고 있어 시행까지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EU의 공격적 조치가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계 다국적 기업을 겨냥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사이의 무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디지털 세금은 연간 수익이 7억5000만유로를 초과하거나 유럽 내에서 5000만유로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기업이 대상이다.
EU 집행위는 법인이 해당 국가에 등록되지 않더라도 상당한 사용자를 보유하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온라인 사업으로 700만유로 이상의 매출을 거두거나 10만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기업에는 3%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기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 기업을 겨냥한 세금이 아니며, 무역조치와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20~150개 기업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중 절반은 미국 기업이지만 약 3분의 1은 유럽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디지털 기업을 겨냥한 세금 개정안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성장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근로자와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반면 EU 관료들은 미국의 인터넷 공룡 기업들이 이익을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는 미국이 유럽에서 평균적으로 9.5%의 세금(실효세)을 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통 기업에 부과되는 23.2%의 한참 낮은 수준이다.
WSJ은 디지털 세금이 유럽 내에서도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도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새로운 세제안이 연내 채택되기를 바라지만, 만장일치로 채택되기에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
독일처럼 이전에는 디지털 세금에 찬성했던 국가들도 디지털 세금이 미국을 자극해 무역전쟁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등 디지털 기업의 유럽 본사가 있는 국가들은 세금 수익이 낮아질 것을 걱정해 반발하고 있다.
새 세제안이 시행되면 일부 기업들은 수억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한다. 구글은 유럽 본사가 있는 아일랜드에서 2016년 263억유로의 매출을 거뒀다고 보고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은 사용자가 있는 곳에서 가치가 창출되고, 세금 체계가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22일 브리쉘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무역과 디지털 세금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