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독립경영 및 고용 보장' 카드를 꺼내 놓았다. 산업은행도 해외 자본의 과도한 배당을 견제하겠다며 설득에 나섰다. 법정관리 최종 시한까지 8일 남은 상황에서 자구안 합의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인다.
차이융썬 회장과 이대현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지리-볼보자동차 사례처럼 한국금호타이어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후에도 한국 경영진이 경영계획을 하고 이사회 허가를 받는 절차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금호타이어 매각 핵심 사안인 고용보장·노동조합·단체협약도 보장한다. 차이융썬 회장은 “3년 간 고용보장은 국제 관례를 따랐을 뿐, 3년 후 효력이 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직원 이익이 우선이라는 회사 철학에 따라 노조가 과거, 현재에 체결했고 미래에 체결할 협약 모두 존중한다”고 밝혔다. 노조와 소통을 위해서라면 중국 칭다오 공장으로 초청할 의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제기된 기술 먹튀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최종 목표는 '금호타이어 정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고가 제품을 생산하는 금호타이어와 중저가를 추구하는 우리(더블스타)가 협력해 세계 타이어 시장 10위권 안에 들기를 기대한다”며 “합의가 성사되면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30일까지 노조가 자구안에 합의해야한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공장만 인수하라는 노조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금호차이나는 부실이 심한 기업인 만큼 중국공장만 인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관심 없다”면서 “(노조 합의를)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면 언젠가는 함께하게 될 것'이란 중국 속담대로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해외 자본에 대한 노조 불안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현 수석부행장은 “해외매각을 철회하라는 등 기본 목표에 맞지 않는 요구가 아니면 미래를 위해 합의할 자세가 충분히 돼있다”면서 “해외 자본과 국내자본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없으며, 금호타이어가 영업익을 냈을 때 더블스타가 과도한 배당은 채권단 동의를 받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 재무제표와 생산능력, 장기적 경영전망과 근거,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관련 지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과 채권단은 '더블스타 매각은 대주주 변동에 불과해 단체협약 및 고용이 법률상 보장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으나 국내 공장이 축소되거나 폐쇄되면 국내 고용보장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면서 “이를 보장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적절한 시기에 더블스타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