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우찬 세종대 교수 “차세대 그래픽 기술 시장서 우뚝설 것”

박우찬 세종대학교 교수.
박우찬 세종대학교 교수.

“차세대 레이트레이싱(Raytracing)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가상현실(VR) 단말 시장을 확 바꿔보겠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레이트레이싱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박우찬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래픽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인 다이렉트X 최신 버전에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키로 했다”면서 “오픈GL 등 다른 오픈소스 그래픽 API에서도 이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보유하고 있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트레이싱이란 3D 컴퓨터 그래픽 기법 가운데 하나다. 가상 광원에서 나온 빛이 여러 물체 표면으로 반사되는 경로를 추적, 각 물체 모양을 사실감 있게 형성하는 기술이다. 레이트레이싱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계산해야 하므로 실시간으로 이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다.

박 교수는 10년 전 실시간으로 레이트레이싱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10년 실리콘아츠라는 팹리스 회사를 공동 창업해 실시간 레이트레이싱이 가능한 레이코어 반도체 칩 기술을 상용화했다. 그 당시 해외 유력 매체와 그래픽 전문가들로부터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반도체 전문매체 EE타임스는 실리콘아츠를 '2015년 주목해야 할 반도체 스타트업 기업'으로 선정했다. 그래픽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존페디리서치(JPR)의 존페디 대표도 칼럼을 통해 “레이코어 반도체는 광선 추적횟수를 최대 15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다”면서 “이는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력 API가 실시간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지 않았던 탓에 사업에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박 교수는 “이제 생태계가 마련됐으니 관련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극사실적인 실시간 가상현실(VR)을 위한 모바일 GPU 하드웨어 개발' '모바일 플랫폼 기반 엔터테인먼트 VR 기술 연구' 등이 그것이다. 박 교수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에다 이를 활용한 3D 오디오, 전역조명(Global Illumination) 렌더링 기술을 접목해 VR에 최적화된 반도체 기술을 개발 중”이라면서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게임기와 VR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트레이싱을 활용한 3D 오디오는 빛 경로를 추적해 실제와 같은 소리를 내는 기술이다. 앞뒤좌우 소리가 쉽게 분간된다. 사실감도 높다. 권총 방아쇠를 당길 경우 사무실에서, 공원에서,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의 울림이나 정도가 다르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도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GPU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면서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라이선스, 직접 판매 등 사업화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