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유지상 광운대 신임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 최고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사진=이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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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자공학 효시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 대학으로.”

시대 변화의 길목에서 중책을 맡은 유지상 광운대 신임 총장의 일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 기로에 선 대학은 광운대뿐만이 아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에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변한다. 대학에는 녹록지 않은 변화다. 인공지능(AI) 등 대학을 대체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바뀐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가 필수지만 등록금 인상 제한과 정부 재정지원 사업 개편으로 어려움만 더해간다.

광운대는 1934년 '조선무선강습소'로 우리나라 전자공학 역사를 열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광운대에 기회다.

광운대는 올해 1월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유 총장은 전자신문과 가진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글로컬 멀티-유니버시티'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ICT 기반 소프트웨어(SW) 융합, 글로벌 공동 연구, 로봇·드론·AI 특화, 지역 경제 활성화 거점 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글로컬 멀티-유니버시티는 글로벌 전략과 지역 중심 발전 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것을 말한다. 광운대는 글로벌 기업·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확대해 기술 도약을 꿈꾼다.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시설과 인프라를 인근 지역 개발과 함께 새롭게 조성한다. 대학을 지역 경제 중심으로 하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학교 주변을 창업 거점으로 만든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하는 '멀티' 개념도 담았다. 인문계 학생은 코딩 교육을, 자연계 학생은 디자인 교육을 받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마인드를 키운다. 동문 중소기업인을 산학협력 파트너로 바라본다.

유 총장은 “광운대는 많은 대학이 양적 성장에 치우친 동안 ICT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특성화한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면서 “신개념 복지 실현, 역량교육 시스템 재정비, 효율적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80년 역사의 광운대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학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시기에 총장에 선임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유 총장은 “내부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자생할 수 있는 강건한 대학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캠퍼스 전체가 인큐베이터인 광운대에서 학생이 학문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 수업과 첨단을 다투는 교육환경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지상 총장과 일문일답.

-4차 산업혁명 기본이 ICT다. 국내 최고, 세계 최고 ICT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국가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대학의 경쟁력도 ICT와 소프트웨어(SW) 융합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다. 광운대는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SW융합대학을 신설했다. ICT를 기반으로 SW가 특성화된 세계 명문대학으로 발전할 기반을 만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중심대학 사업에도 선정됐다.

ICT와 의료·국방 등 다양한 분야 융합에도 앞장섰다. 광운대는 지난 해 2월 독일의 라이프니츠 저온플라즈마(INP)연구소와 함께 '플라즈마 의과학센터(APMC)'를 개소했다. APMC는 향후 각종 피부 질환 및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메커니즘 연구와 이를 치료하는 의료기기 개발을 목표로 하는 한독 공동연구소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로부터 6년 간 45억원을 지원받는 '지능형 국방 ICT센터' 역시 ICT를 국방 분야에 접목한 특성화 연구소다. 지능형 ICT 국방 감시정찰·경계시스템을 통해 초고용량 군 감시정찰 정보를 통합·저장·관리하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로봇을 빼놓을 수 없다. 광운대의 로봇 경쟁력은 세계 최초 로봇게임단 '로빛(Ro:bi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빛은 올해 창단 12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대 로봇제작 경연대회인 '2016 국제 로봇콘테스트(IRC)'에서 2개 대통령상을 포함해 7개상을 수상했다. 대통령상은 2013년부터 5년 연속 '싹쓸이'했다. 창단 이래 우승 및 수상 경력은 300회를 넘었다.

학교도 로빛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로빛 단원에게는 3년간 전액 장학금을 수여하며 연간 연구비 역시 최대 규모로 지원한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광운대는 특성화 연구 운영 지원을 위해 새로운 연구센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드론, AI 연구센터 등을 통해 교내 연구역량 개선 및 전문 인력 양성을 도모한다.

-글로컬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 거점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지역과 어떻게 협력하면서 상호 발전을 이룰 계획인가.

▲서울시, 노원구와 함께 대학 주변을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거점으로 바꾸는 신개념 도시재생모델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을 하고 있다. 광운대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 '프로그램형'과 '종합형'에 동시 선정됐다. 총 130억 지원을 지원받아 대학과 지역주민의 창업이 이뤄지는 공간을 구축한다. 청년 일자리 부족과 주거 불안정, 지역 상권 침체, 대학가의 고유한 청년문화 쇠퇴 등을 해결할 계획이다.

광운대 인근 지역은 도약기를 맞았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사업'은 총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 서울 동북권 최대 사업이다.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 소유 철도·물류시설 부지를 주거·상업·공공용지로 개발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동북부 지역은 공릉동 NIT(NT+ICT) 산업벨트로 지정됐다. 강북권(노원구,성북구,강북구), 공릉 NIT첨단산업단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에 가족기업과 교류 및 산학클러스터 구축 등 지역에 기반한 산학협력이 가능할 곳으로 주목받는다. ICT 특성화 대학인 광운대학교가 지역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이다.

사진=이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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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또는 장기간 융합형 인재양성 방안은 무엇인가.

▲광운대는 전자공학 기반 ICT 특성화 대학에서 ICT 기반 SW 특성화 대학으로 전환했다. 신설 SW융합대학은 컴퓨터정보공학부, 소프트웨어학부, 정보융합학부로 구성됐다. 광운대 모든 신입생은 ICT와 SW 융합 및 특성화 프로그램에 따라 컴퓨팅사고와 프로그래밍기초를 필수과목으로 수강한다.

SW융합대학은 전용 건물과 고가의 실습 장비를 구비했다. 기숙형 집중교육을 포함하는 고도화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학생에게 장학금과 산학연계 프로젝트비도 지원한다.

입학 전 비전공자들을 위해 총 3주간의 온오프라인 강의로 'C프로그래밍 컴퓨팅사고'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 2월에는 4박 5일간의 SW예비학교를 통해 예비 신입생들이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했다.

교양과목을 통한 융합 과정도 시행 중이다. 신입생을 위한 융합교과목과 학부교육선도(ACE)사업을 통한 융합교과목, 다학제 간 융합교과목 등을 운영한다.

교양기초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제니움학부대학에서 1대1 교양교육을 한다. 인문사회대학을 포함한 전교생에게 코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공계 학생에게 디자인과목을 교양 필수로 지정하고 인문사회계열 학생에게는 미래형 융합전공을 개설해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자 한다.

광운대 80주년 기념관 전경. 사진제공=광운대
광운대 80주년 기념관 전경. 사진제공=광운대

-등록금 인상 최소화, 입학금 폐지 등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 확보가 쉽지 않다.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학 재정은 모든 대학이 고민하는 문제다. 광운대는 대학원·특수대학원 활성화, 학점은행제와 평생교육 활성화, 적극적인 외국인 유학생 모집 등을 통해 재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이스링크와 강북 최대 규모 공연장이 있는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 등 학교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재정확보에 나서고자 한다. 모든 구성원이 재정 확충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동문, 지역사회를 포함한 대학 관련 기관 및 조직과의 연계를 통한 사업, 기부, 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정부가 고등교육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청년일자리 부족, 열악한 주거문제 등에 등록금 동결, 입학정원 규제, 신입생 선발방법 제한, 교수임용관련 규제, 대학구조개혁, 재정지원 연계 평가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학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 방향 전환과 고등교육에 대한 실질 투자가 필요하다.

일방적 학생 수 감축을 통한 구조개혁이 아닌 지역과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대학이 자율 관리할 수 있도록 자율적 대학 발전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국가장학금 같은 명목상 고등교육 예산은 늘어났지만 실질적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고등교육 예산 확보, 대학 기초체력 및 경쟁력 강화로 이원화된 재정지원사업 추진, 등록금 책정 자율화 등이 필요하다.

-부의 양극화 문제가 대학 내에서도 심각하다.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제도 확대 계획은.

▲광운대는 학생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5년간 꾸준히 교내외 장학금을 확충해왔다. 정부는 학비감면액 30%를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지급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광운대는 학비감면액 40% 이상을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지급함하고 있다. 향후에도 대학 재정 상황이 쉽지 않겠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라도 이 비율은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광운대 중앙도서관 전경. 사진제공=광운대
광운대 중앙도서관 전경. 사진제공=광운대

-대학생이 가장 부담을 갖는 문제 중 하나가 주거다. 주거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인 주거문제를 '공공기숙사'를 통해 해결했다. 지난해 8월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낮은 금리 기금을 지원받아 광운대 공공기숙사 '빛솔재'를 건립했다. 대학생 거주여건 개선과 주거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학생에게 수도권 월 평균 임대료보다 훨씬 저렴한 월 24만원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빛솔재는 연면적 19,921.7㎡, 지하 3층과 지상 7층 규모로 491실, 총 977명 수용이 가능하다. 전체 8000명 학생 중 8분의 1을 수용하는 규모다. 편의를 위한 부대시설로 체력 단련실, 세탁실, 편의점, 카페, 무인 택배함 등을 마련했다. 사생실 관리·출입통제시스템 등을 갖춰 학생의 안정성 제고에도 만전을 기했다. '녹색건축물 인증 최우수 등급'을 받은 에너지절약 및 친환경 기숙사로, 쾌적한 환경에 대한 학생 만족도가 매우 높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화, 취업난 등으로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도 많다. 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광운대는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학교 간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삼성전자 고용계약형 프로그램과 LG전자-광운대 고용계약형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의 일학습병행제(IPP)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SST(전공자 과정)는 SW관련 학과 학생이 이수 시 삼성전자 입사가 예정되는 프로그램이다. 그 중 성적우수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도 지원한다. 삼성전자 SCSC(비전공자 과정) 프로그램은 SW 관련학과 이외 학과학생의 SW 기본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2년 처음 시작된 'LG전자-광운대 고용계약형 프로그램'은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광운대 전자정보 공과대학 및 SW융합대학 4학년을 대상으로 20~30명 예비합격자를 선발한다. 특강운영 및 방학 중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 최종평가를 통해 선발된 인원이 LG전자에 고용확정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는 총장이 직접 신입생을 케어하고 책임지는 '프레시맨 올 케어(a Freshman All care)'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총장이 직접 명사 진로코칭단을 꾸려 진로, 학업, 친구, 이성 문제 등으로 고민이 많은 학생에게 자문한다.

사진=이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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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호준 산업정책부장, 정리=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