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으로 만성 간질환 신약 개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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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을 치료하기 위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이 개발된다. 지방간·간경화 등 근본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미생물이 만성 간질환 치료 대안으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가천대, 국민대, 천랩, 종근당 바이오 등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만성 간질환 치료제를 개발한다.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을 포함해 동·식물, 토양, 바다, 대기 등에 공존하는 미생물이다. 사람 몸에는 장내, 피부, 구강, 생식기 등에 존재한다. 대사질환, 치매, 면역질환, 각종 암 등에 미생물이 깊게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주축으로 대학·기업은 미생물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장과 간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장내에는 2조개가 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장내 미생물이 내뿜는 물질은 곧바로 간으로 전달돼 흡수된다. 장내 좋은 미생물을 활성화하고, 이들이 내뿜는 물질이 안전하게 간에 흡수되게 만들면 질병 치료까지 가능하다. 간에 이로운 물질을 생성하는 미생물을 발견하면 직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석기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흡수되면 나머지는 곧바로 간으로 이동해 두 장기 간 연관성은 높다”면서 “장에 사는 마이크로바이옴 물질이 간에 흡수돼 염증 세포를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는데, 이를 활용해 이로운 균주를 찾고 치료제까지 개발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병원, 대학,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균주 발굴과 치료제 개발을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기반한 만성간질환 치료용 파마마이오틱스 개발' 과제로 5년간 25억원을 지원 받는다.

춘천성심병원은 균주 발굴과 임상적 검증을 맡는다. 가천대와 국민대는 기초 과학 연구,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과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담당한다. 신약을 포함해 결과물 생산은 종근당 바이오가 맡는다.

대상 질환은 치료제가 없는 만성 간질환이다. 지방간, 간경화, 바이러스성 간질환 등 장기 손상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서서히 질병이 악화된다. 질병 연속성을 가져 지방간, 간경화, 간암 등으로 이어진다. 특정 질병이 목표가 아니라 전반적 간 건강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간질환 사망률 1위다. 간암은 우리나라 국민 사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삶을 위협한다. 만성 B병, C형 간염을 포함해 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원인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간질환을 제외하고, 알코올·비알코올성 만성 간질환 치료제는 거의 없다.

석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기존 의약품이 해결하지 못한 질병을 치료하는 대안으로 부상한다”면서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만성 간질환에 효과적 균주를 확보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천랩 관계자가 바이오플러그 플랫폼을 이용해 인체 미생물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천랩 관계자가 바이오플러그 플랫폼을 이용해 인체 미생물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만성 간질환을 포함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 본격화된다. 질병과 미생물 간 연관성 규명이 성과를 거두면서 신약개발까지 확대된다. 실제 국내에서 면역 항암제, 아토피 치료제 등이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개발 중이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위해 국내 법 규제 개선이 요구된다. 신약 개발 출발점인 진단 영역에서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다.

김병용 천랩 연구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중요성과 효과가 검증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활용한 진단이 합법화가 안됐다”면서 “인체 미생물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것부터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신약 개발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