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허 단체가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등 다수 국내 영상기기 업체에 비디오 코덱 H.265 표준 특허와 관련해 거액 로열티를 요구했다. 이들은 다수 국내 업체에 로열티 지불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국제 특허풀인 앰펙(MPEG)LA, HEVC 어드밴스드, 벨로스미디어 등 3개 해외 특허풀이 국내 영상기기 업체에 비디오 코덱인 H.265 로열티 납부 경고장을 발송했다. H.265 표준을 활용하는 블랙박스, CCTV, 영상기기 제조사 다수가 대상에 들어갔다.
H.265는 기존 H.264 표준에 비해 압축률이 50% 이상 뛰어나 고화질·고용량 영상을 더 작은 용량으로 처리하는 데 활용한다. 고화질 영상 압축에 특화돼 초고화질(UHD) 영상 재생에 유리하다. 해당 표준은 특허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은 일정한 생산 규모를 넘기면 기기당 로열티를 특허 소유자에게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중소제조사는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특허료 분담을 고려하지 않았다.
특허풀이 요구하는 이용료를 합하면 업체 부담 금액이 만만찮다. 각 특허풀은 보유 지분에 따라 앰팩LA는 기기당 20센트, HEVC 어드밴스드는 80센트, 벨로스미디어는 1달러를 각각 요구한다. 이를 합치면 기기당 2달러 수준이다. H.265 표준을 적용한 기기를 10만대 팔면 2억원가량 로열티를 내야 한다.
국내 중소 CCTV, 블랙박스 업계는 현재 수익성이 좋지 않다. 중국 CCTV 업체인 하이크비전, 다화 등 중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로열티 부담은 업계에 추가 악재로 작용한다.
관련 업체는 국제 특허풀 통보에도 아직까지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내부에 국제 특허 업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열티 미납이 길어질 경우 업계로서는 특허료 이상의 벌칙을 부담할 수 있다. 특허풀 압박에 국내에서도 기업과 연구소가 특허풀에 합류, 로열티 부담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영상기기 제조사 관계자는 “국제 특허풀 통보는 업계에서 사실상 법으로 통한다”면서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몰라 다른 업체 반응만 살펴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H.265 특허를 분석하고 방어 논리를 세우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허 이용료의 적정성 여부까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점도 있다. 다만 자칫 업계와 국제 특허풀 간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업계는 “특허 분쟁은 개별 중소기업이 혼자 체계를 갖춰 대응하지 못한다”면서 “협회 차원의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 필요한 경우 정부도 실태 조사와 문제 해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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