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일부 차종 단종과 신차 부재, 브랜드 신뢰도 하락 여파로 1분기 내수 판매가 반 토막 났다. 올해 들어 석 달째 내수 판매가 급감하면서 갈수록 자금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지엠 내수 판매는 1만9920대로 전년 동기(3만7648대) 대비 47.1% 감소하며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하위로 추락했다. 승용차 판매는 1만40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6% 줄었고, 레저용차량(RV)은 49.1% 하락했다. 경상용차도 21.5% 감소했다.
한국지엠 판매를 견인하던 주력 모델의 부진은 자금난 가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만대 이상 팔리던 경차 스파크는 전년 동기 대비 34.6% 줄었고, 중형차 말리부는 66.1% 급감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준중형차 크루즈는 전년 동기 대비 46.0%, RV 올란도는 42.4% 줄어들었다.
글로벌 시장 수요 정체로 수출길도 막혔다. 올해 1분기 한국지엠 수출은 10만466대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한국지엠 수익원 중 하나인 반조립제품(CKD) 수출도 27.6% 줄어든 11만5985대에 그쳤다.
영업 조직망 붕괴도 위기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지엠판매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한국지엠 대리점 20여곳이 문을 닫았고, 이탈 직원도 800명에 달했다. 현재 한국지엠 대리점은 280여곳, 영업 인력은 2700여명에 불과하다.
판매노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철수설로 판매가 위축되면서 생활고에 못 이긴 영업직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불투명한 한국지엠 본사의 영업조직 방조로 생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현재 회사 위기 상황과 별도로 미국 본사가 생산하는 에퀴녹스 도입 등 신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차 출시와 관련된 모든 일정은 올해 경영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임단협 교섭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임단협 타결 이후 본사의 신차 배정이 이뤄지더라도 에퀴녹스 외에 당장 올해 판매를 회복시킬 신차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군산공장 폐쇄로 단종이 결정된 크루즈와 올란도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 판매가 가능한 제품군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일선 영업 조직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 회사 입장에선 임단협 타결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면서 “본사와 협의를 거쳐 앞으로 영업 조직에 대한 지원 방향도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