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2학년도 대학입시개편 시안이 '열린 안'을 이유로 사실상 하나도 결정하지 않은 채 나오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특별위원회 구성도 하지 않은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8월 초까지 4개월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11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이송한 개편안에 따르면 선발시기·평가방법을 모두 조합할 경우 100여가지 안이 나온다.
선발시기와 평가방법을 조합한 5가지 모형에 수능과목 3가지 안, 학생부종합전형, EBS 연계 등 수능 시험 체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대학별고사, 교과 특기자 폐지 여부 등을 모두 감안하면 경우의 수가 100개를 넘는다. 여기에 국가교육회의가 안을 추가할 가능성까지 있다.
4개월 동안 100가지 넘는 안의 장단점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가 어느 정도 시안을 좁혀 이송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교육부는 지난해 2015교육과정에 맞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개편했어야 했지만 절대평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편을 1년 유예했다. 1년을 유예하고 지난 7개월 동안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송안을 마련했음에도 사실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
국가교육회의는 오는 16일 일정을 비롯한 공론화 기본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김상곤 부총리가 소신처럼 밝혀온 '수능 절대평가' 조차 열린 안으로 넣어, 정부 교육철학에 대한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절대평가 여부를 안에 넣은 것은 취임 후 교육 정책 중 가장 강조했던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집에도 실었던 주요 사안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가 아무런 입장 없이 관련 내용만 이송한 것은 정부 주무 부처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자칫 논의만 무성한 채 교육현장과 교육주체 간 갈등과 혼란만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성명을 냈다.
학생과 학부모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학부모들은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나열식 개편시안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입시 전문가는 “대략적으로라도 감을 잡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면서 “학생들에게는 4개월이라는 기간이 굉장히 긴 시간인데, 4개월 동안 입시를 위해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 개편>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