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시행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 동안 비용·편익 중심 경제 논리 때문에 첫 삽조차 뜨지 못했던 기초연구 사업이 대거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예타는 대형 국가 R&D 사업의 병목으로 작용했다. 애써 기획해 놓은 사업이 길게는 3년까지 늘어지는 평가에 밀려 적시 투자를 놓치거나, 잠재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새 제도는 당장의 경제성보다 잠재성을 높이 평가한다. 과거 제기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타 기간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17일 시행되는 새 예타 제도는 △R&D 예타의 과학기술 전문성 강화 △조사 효율화 △운영 유연성과 투명성 향상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 투자 집행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국가재정법 개정을 둘러싸고 부처 간 이견이 첨예했지만 연말 법 통과와 함께 '예타 혁신'이 급물살을 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새 제도에 따라 앞으로 R&D 예타를 수행한다. 과기정통부는 R&D 사업 유형 별로 예타 항목 별 가중치를 차별화하기로 했다. R&D 사업은 기초연구, 응용·개발, 시설·장비 구축 세 가지로 분류했다.
기존 예타는 사업 유형과 상관없이 기술적 타당성 40~50%, 정책적 타당성 20~30%, 경제적 타당성 30~40% 비중을 일률 적용했다. 이제부터는 기초연구에서 경제적 타당성 평가가 대폭 완화된다. 가중치가 5~10%로 낮아졌다. 대신 과학기술적 타당성 가중치는 50~60%로 상향, 기초 R&D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한다.
응용·개발 연구와 시설·장비 구축 사업의 예타 때는 경제적 타당성을 중요 지표로 평가한다. 10~40%까지 가중치를 둔다. 과학기술적 타당성과 정책적 타당성 가중치는 40~60%, 20~40%로 설정했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R&D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사업유형을 세분화하고 평가항목 비율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타 기간 단축은 예타 운영 효율화와 사업 기획 완성도 제고를 통해 추진한다. 예타 전 단계인 기술성 평가 항목을 30개에서 10개로 줄였다.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사업은 별도의 선정 절차 없이 곧장 예타에 착수한다. 예타 중 여러 차례 사업 계획을 변경하던 관행은 철폐한다.
대신 예타 요구 전 사업 기획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컨설팅을 제공한다. 사업 계획 부실에 따른 예타 지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사업 규모가 1조원 이상이고 기간이 6년 이상일 경우는 별도 자문위원회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과기정통부는 새 제도 시행으로 1년 이상이던 예타 기간이 6개월 이내로 단축된다고 예측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