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코리아) 부진이 심상치 않다. 일반 궐련담배와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판매가 부진하며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BAT코리아는 담배 생산 기지로 전략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편의점 POS 기반 담배 판매량에 따르면 BAT코리아의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세다. 지난해 1월 15%에 육박했던 점유율은 연말 13%대로 떨어졌고 올해 2월 이후 13% 벽마저 무너지며 지난달 말 기준 12.8%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점유율이 지속 떨어지자 실적도 좋지 않다. 2016년 BAT코리아는 4133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 4001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규모가 줄었다. 2016년 2000억원을 투자한 사천공장 증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1484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767만원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주력 담배 던힐과 로스만을 내세우며 국내 담배 시장을 공략해온 BAT코리아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열린 뒤 점유율 하락이 계속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8월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출시했다. '하나의 버튼, 하나의 디바이스'로 구성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아이코스와 달리 연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하기만 하다.
아이코스가 초반 시장을 잠식한 뒤 늦은 출시와 함께 후발 주자인 KT&G '릴'에도 밀린 상황이다. 보조 배터리와 유사한 디자인은 흡연자들 관심을 끌지 못했고 '브라이트 토바코' '프레쉬 믹스' '제스트 믹스' 등 쉽게 각인되지 못하는 난해한 네오스틱 제품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논란이 일었을 당시 소극적인 대응도 초반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지 못한 원인이라는 평가다. 당시 아이코스가 전면에 부각된 것과 달리 글로는 언급이 덜 됐다. 당시 아이코스는 부정적 이슈지만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가 발생하며 흡연자들에게 깊이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BAT코리아는 부정적 이슈에 휩싸이지 않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초반 인지도 경쟁에서 확연히 밀리게 됐다는 평가다.
출시 당시 필립모리스와 매우 흡사한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도 글로 실패의 원인 중 하나다. 부산 우선 출시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지 않고 서울 지역 우선 출시와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등 필립모리스의 마케팅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라는 평가다.
특히 글로의 부진은 소비자 기호가 쉽게 바뀌지 않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담배 시장 특성과 디바이스를 구매한 뒤 쉽게 바꾸지 못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특성이 더해진 결과인 것이다.
BAT코리아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내장 배터리 수명이 1년 안팎으로 교체시기가 다가오자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네오스틱의 상품군을 다양화하는 것과 동시에 크기를 줄이고 편의성을 높인 '글로 1.2' 버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코스나 릴과 달리 글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획기적 변화를 준 디바이스 출시 등 차별화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