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은 암호화폐 열풍에 휩싸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까지 오르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은 진정됐다. 일부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발전에 악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 한국정보보호학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암호화폐 정책방향'을 주제로 토론했다.
<참석자>
△김형식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주용완 한국인터넷진흥원 본부장
△김종환 블로코 대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사회=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사회(김승주 고려대 교수)=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국내외 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김형식(성균관대 교수)=암호화폐 열풍 속에 백서(화이트페이퍼)를 같이 쓰면 수억원을 주겠다는 제의도 들어온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열기에 비해 기술 자체 연구는 부족하다. 해외 유명 그룹은 심도 깊은 연구를 해왔다. 우리는 기본 연구는 건너뛰고 바로 서비스를 하려 한다.
◇구태언(테크앤로 대표변호사)=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과학기술·산업경제·사회제도 등 3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규제·제도혁신 논의에 들어갔다. 사회제도혁신 외부 위원으로 위촉됐다. 정부는 암호화폐는 투기 과열로 규정했다. 가급적 허용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법무부가 강경기조다. 암호화폐는 기존 자본 시장을 대체 하거나 일부 기능을 우회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어 할 수 없는 자본 조달 시장이라고 우려한다. 법무부는 그동안 다단계나 유사수신으로 몸살을 앓았다. 암호화폐는 코인 사기로 보고있다.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를 강력 주장한다.
일부 국가는 세금을 부가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ICO는 증권거래법을 따르라고 한다. 제도 안으로 포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식 등록한다. 금지와 반대하는 우리랑 다르다.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또 다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중앙이 통제하는 국가다. 시장 경제를 운영하는 나라 중 우리만 유일하게 암호화폐를 규제한다. 국회는 연구하면서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허용도 금지도 되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 국회에서 법률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야 합의가 안 된다. 어떤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내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법을 만들어도 법률안을 집행해야 하는 관련 부처가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만들지 않으면 껍데기가 된다. EU에 디지털 경제 사회 위원회가 있다. 오히려 22개 나라가 협약을 맺고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을 지켜보고 중립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반대가 명확하다. 암호화폐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시민 중심 정부 철학과 일치한다. 이 점을 설득해야 한다. 기업가는 스캠 ICO가 있으면 시장에서 퇴출하는 자율규제 활동을 벌여야 한다. 이러면 규제 당국이 반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주무 부처 아니면 관심이 없다.
◇주용완(KISA 본부장)=산업계 게임체인저는 무엇인가. 바로 ICT 기술이다. 지금까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를 이야기했다. 신뢰성을 주기 위해 블록체인이 중요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퍼블릭 영역에서 혁신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면서 현실성 있는 비즈니스 체계를 보여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 자체다.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은 76.4%로 선진국과 2.4년 격차가 있다. 특허 통계 수치는 미국, 중국, 한국 순이다. 순위는 높지만 특허 내부 영역을 보면 거래소 영역이 편중됐다. 플랫폼과 서비스 특허가 늘어야 한다. 정부는 블록체인 원천기술, 암호화기술, 인증, 스케일링 기술 등에 올해 120억원 투자한다. 내년은 150억원 투자를 예상한다. 정부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서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4개 시범 사업을 했다. 올해는 현실성 있는 비즈니스를 내세운다. 어떤 규제가 개선이 필요한지 감안하고 있다. 세계 30개국에 100여개 공공 시범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공공 영역에서 블록체인 확대해야 한다. 특정 서비스를 육성하는 것보다 블록체인이 돌아가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 계획을 준비 중이다. 블록체인이 차세대 기술로 국가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
◇김종환(블로코 대표)=얼마 전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 할머니 두 분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이들이 이오스와 에어드랍에 대해 이야기했다. 평범한 어르신도 암호화폐 공보를 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심이 높다. 한국은 세계 GDP에 0.8%를 차지한다. 암호화폐 거래량은 전체 8%에 달한다. 한국이 갖은 기술진보성 때문이다. 한국 기술이 뒤쳐졌다고 하는데 미국 대학생에게 공개키기반구조(PKI) 키를 주면 외부 사람에게 막 보여준다. 우리는 어떨까.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그동안 PKI를 활용한 공인인증서 등을 활용하며 키 보관 중요성을 배운 탓이다. 한국은 좋은 토양을 가졌다. 한국에서 가상화폐 열풍엔 이유가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쓸 때 그냥 구름위에 데이터가 떠 다닌다고 이해한다. 그걸로 충분하다. 블록체인도 비슷하다. 일반 사람은 복잡한 기술을 알 필요가 없다. EU나 일본은 블록체인에 주목한다. 중국은 차이나렛저를 만들었다. 중국은 내외부 인터넷을 따로 쓰는데 블록체인에도 같은 구조를 가져갈 것이다.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에서 뒤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생태계는 뒤쳐졌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건전해지는 작업이 이뤄지면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다.
◇이한상(고려대 교수)=일본은 2017년 6월까지 비트코인을 물건으로 봤다. 물건은 부가가치세를 낸다. 비트코인을 재무·투자·영업 활동으로 쓰는가에 따라 세법은 달라진다. 국가의 책임은 무엇일까. 바로 안보다. 국가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암호화폐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ICO를 막았다. 막혀있으니 외국으로 가서 하게되고 사기꾼이 더 생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불안한다. 정부가 눈치만 보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상황이다. 책임을 안지겠다는 것이 문제다. 문제가 발생할 때 시스템 아래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 활동을 할 때 불안을 없애야 한다. 정부는 좌판을 깔고 잘 못된 일을 하는 쪽을 잡고 하는 형태로 생각해야 한다.
◇사회=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기술적으로 분리가 가능한가. 우리 정부는 분리 접근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실효성이 있을까요.
◇김형식=퍼블릭 블록체인은 분리가 힘들고 프라이빗은 분리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운영하려면 N명의 서드파티가 참여해야 한다. 이들이 블록체인 트랜잭션을 검증하고 블록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 해달라고 하면 아무도 안한다. 블록체인도 이와 같다고 보면 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 채굴이라는 작업을 해줘야 트랜잭션이 유효한지 검증할 수 있다. 이때 채굴자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암호화폐 혹은 토큰이라 부른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개방형으로 만든 것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주는 인센티브 없이 약속으로 가능하다.
◇김종환=제가 보기엔 정부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A라는 시스템은 기존 체계(레거시)에서 돌아간다. 반대는 블록체인이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면 농부에게 돈을 주겠다는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한다. A시스템은 한 곳을 해킹하면 해당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어떤 스마트 컨트랙트가 무결성 있게 실행되려면 전체 시스템이 블록체인이어야 한다.
정부가 화폐를 블록체인 위에 발행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정부 기관이 서드파티를 한다. 둘 다 블록체인 기반이다. 기관 간 투자에서 IT시스템을 가질 것인가 문제다. 인터넷과 이메일을 분리시킬 수 있는가. 한국 정부가 샵 메일을 도입했던 것을 보라. 아무도 안쓴다. 그럼 생태계가 죽는다.
◇사회=시장 경제 국가 중 우리만 ICO를 반대한다.
◇구태언=선진국은 기다리고 지켜보고 규제하는 'Wait and See' 정책을 쓴다.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입한다. 우리는 규제 도입 속도가 빛의 속도로 빠르다. 위치정보법은 2005년에 도입됐다. 당시 물류 회사 화물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그런데 위치추적기가 친구 찾기 오남용 된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규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위치 정보 사업을 규제하는 유일한 나라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옵트인 방식으로 식별 기술 발전을 막아왔다. 규제를 도입해서 할 상황이 아니다. 암호화폐는 과열이 되지 않았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과열된 것은 긍정적이다. 만약 지금 암호화폐 산업이나 ICO를 준비하면 절호의 기회다. 지금 빨리 해야 한다. 지금은 사실상 규제가 없다. 정부가 사업을 도와주지 않는다. 정부나 왕정이 혁명을 도와주지 않는다. 암호화폐 관련 법제도상 지금처럼 규제 공백이 있는 시절이 없다.
◇이한상=암호화폐 관련해 현재는 경제 활동이 인정되지도 그렇지도 않다. 나중에 뒤통수를 세게 맞을 수도 있다. 세법 전문가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정부는 세제나 회계 영향력이 크다. 지금은 암호화폐 관련해 활발한 논의를 하지 말라는 상황이다. 준비는 다 됐다. 시점을 조절해서 활동이 안전하고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해서 세금 많이 내서 선순환을 해야 한다.
ICO는 스위스는 연방 FSS가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었다. 정치권에서 결정만 해주면 된다. 세금회계는 버튼만 눌러주면 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안하는 상태다.
◇구태언=세금 규제가 나오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조세규제는 빨리 도입돼야 한다. ICO 등록제를 이야기 한다. ICO는 몇 달 전과 다르다. 몇 천억씩 끌어들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10~20억 모으기도 어렵다. 작은 프로젝트가 많아지는 세상으로 간다. 투자자는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스캠 ICO를 판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다. 시장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자율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빈틈을 주는 기회에 자율 규제를 발전시키는 논의를 해야 한다.
◇사회=국내 기업들 백서가 부실하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종환=IOC투자를 할 때 백서에서 블록체인과 코인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말이 되면 투자하라고 한다. 현재 백서는 벤처투자가(VC)가 원하는 수준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ICO에 쉽게 돈을 쓰는 것 같지만 현재 수준이 급격히 진보한다.
요즘 백서를 대신 만들어주는 회사가 있다. 백서를 검증하는 회사도 있다. 사업을 할 때 다른 사람이 사업계획서를 대신 써주는 게 가능한가. 세계적으로 백서는 다 부실하다. 문제는 한국은 코드 검증을 안한다. IOC로 몇 백억을 모았는데도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다. 상장후 공시 정보를 안 올리는 것과 같다. 이런 부분에 신경서야 한다. 업계가 많은 가이드를 줘야 한다. 한국에서는 그런 것을 문제시 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사회=우리 시민단체는 기술 검증 능력이 별로 없다. 객관적 검증이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형식=백서를 읽어보면 말도 안되는 것이 많다. 백서를 쓰는 목적은 제품과 서비스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어떤 기술인지 알아야 한다. 국내 백서엔 화려한 미사여구만 있다. 처음 비트코인 백서가 나온건 개발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개발자 에코시스템을 위해 백서를 썼다.
◇이한상=전문가가 백서를 판단해줘야 한다. 기술을 많이 하는 사람이 평가를 하고 VC 역할을 해야 한다.
◇주용완=백서도 자율규제가 중요하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나서서 하기 어렵다. 개별 기업 자율규제는 어렵다. 산업 영역 내에서 자율규제가 필요하고 협회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김형식=정부 역할은 규제가 아니다. ICO를 전면 금지할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탈중앙화 기술이 나오면서 변호사 없이 스스로 계약하는 시대다.
◇주용완=정부는 이용자에게 피해가 없는지 분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리 패턴을 바꿔야 한다.
◇구태언=블록체인 경제는 분산경제로 국경이 없다. 반대로 국가법을 빠져나갈 수 있다. 금융은 수직 규제다. 모든 것이 인허가 사업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수직 규제 틀 밖에 있는 자본 조달 시장이다. 정부는 암호화폐 열풍 후 우선 금지시키고 후속 입법을 하지 않고 있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