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하면 지역 감염병 예방과 '건강 안보(Heath Security)' 공동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과학기술계는 천연물 연구와 산림 생태계 보호를 유망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신희영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18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한반도 과학기술·ICT 포럼'에 참석해 감염병 분야 남북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신 부총장은 남북한 감염병 공동 대응을 건강 안보 시각에서 설명했다.
감염병은 지역과 국가 경계를 넘나든다. 남북 접경 지대도 결핵, 말라리아 등 감염병이 빈번하다. 남북 교류 증가에 따라 발병률도 늘었다. 2008년 시작된 경기도의 남북 공동 말라리아 공동 방역 사업이 남북 공동 감염병 대응 사례다.
남북이 보건의료 연구개발(R&D)에서 협력하면 감염병 공동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보건의료 환경에 유용한 포터블 백신 콜드체인 시스템, 기생충 간편진단법 등을 개발할 수 있다.
신 소장은 “통일을 생각한다면 20~30년 전부터 보건의료 분야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남북의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 통일은 쪽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 의료 분야에서 북한은 보물섬”이라면서 “70년 간 세계와 교류를 끊은 고립된 사회에서 질병 패턴을 연구하면 그 동안 밝혀내지 못한 질병 원인 찾을 수 있다. 노벨상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연변대학병원을 거점으로 의료 인력, 연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신 부총장은 단계 별로 북한 의료 인력 연수·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남·북·중 R&D 협력 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지속 가능한 대북 협력, 통일 시대 보건의료 역량 강화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망 협력 분야로 △생물자원 현황 조사 및 천연물 이용기술 △산림해충 방제 및 환경 생태 보전 △광물 자원·희토류 공동 개발을 제시했다. 남북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하면 '한반도 프리미엄'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생물다양성보전협약,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라 각국이 보유한 생물자원, 천연물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북한은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데다 임산물과 동식물성 천연물 활용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양의 천연물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북한의 생물자원과 남한의 개발 능력을 합하면 시너지가 기대된다. 박 연구원은 북한의 풍부한 산림 자원을 이용하려면 보전에도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를 남한 기술로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