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망 중립성 원칙을 공식 폐기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 국가의 규제 정책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해 12월 표결로 통과시킨 '인터넷 자유 회복' 명령이 23일(현지시간)부터 공식 발효됐다.
미국 통신사는 우리나라 기간통신사업자에 해당하는 '커먼캐리어'로 분류돼 FCC의 강력한 사전규제를 받았지만 부가통신사업자와 동등한 '정보서비스사업자' 지위로 규제가 완화됐다.
통신사업자도 심각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경우에 일반규제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사후 규제만 받으면 된다.
이에 따라 미국 통신사에 특수적으로 적용돼온 망 중립성 원칙이 전면 해제됐다. 유무선 통신사와 케이블TV 사업자는 콘텐츠에 따라 네트워크 품질에 차별을 금지하는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서비스 품질과 요금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망 중립성 해제 발효 이후 시장 변화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을 비롯해 망 중립성 폐지 찬성론자는 통신사가 정당한 이용대가를 받을 길이 열려 투자와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 인터넷협회(IA)는 네트워크 사용료가 높아지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거대 사업자만 유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는 글로벌 규제정책에 당장 영향을 끼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망 중립성 폐지 이후 등장할 제로레이팅 등 혁신 서비스 활성화와 네트워크 투자,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반발 등 변화가 새로운 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규제 체계가 다른 만큼 급격하게 정책 변화를 추진하기보다 미국 시장 변화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역시 네트워크 사용료를 둘러싸고 통신, 콘텐츠 사업자간 갈등이 심화되는 데다 5G 도입에 따라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서비스 차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면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미래 서비스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세대(5G) 이동통신시대에 대비한 통신정책 연구과제 핵심으로 망 중립성 정책 연구에 돌입했다. 방통위는 통신사, 포털사업자 등과 인터넷상생협의회를 구성해 핵심 안건으로 망 중립성 정책을 다루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의 망 중립성 규제 폐지 이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시장 변화에 앞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인 만큼 우리나라 망 중립성 실태에 대한 면밀한 연구부터 진행해 정책 변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표〉미국 망 중립성 폐지 일지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