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가 하반기부터 안전방책(펜스) 없이 협동로봇을 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펜스 규제에 발목이 잡혔던 협동로봇 시장이 개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동로봇 도임으로 국내 제조업계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이달까지 협동로봇 안전인증 기준을 마련한 뒤 6월부터 2~3개 사업자를 선정, 펜스 없는 협동로봇 시범 운용을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최근 진흥원 측에 협동로봇 안전기준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용 로봇 표준안전규격(ISO 10218-2)에 근거한 안전인증을 받은 협동로봇은 펜스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산업용 로봇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안전을 책임진 고용노동부 간 합의가 도출된 셈이다. 산업부와 진흥원은 이를 근거로 인증기준을 마련, 조속히 협동로봇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개발단계라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이달 내 안전인증 기준 마련, 6월 시범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년 전인 2016년 4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233조를 개정,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로봇 운영 시 안전매트나 방책 설치가 면제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인간과 협업해야 하는 협동로봇 도입을 허용하기 위한 개정이었다.
부처 간 합의 지연으로 고용노동부장관 허가 근거가 될 안전인증 기준이 도출되지 못해 실제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고용부는 ISO 규격에 맞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산업현장에 활용하려면 인간 작업자와 거리, 속도, 피해발생 시 책임과 보상 등 세밀하고 명확한 인증기준이 요구된다.
펜스와 매트 설치 의무화는 국내 협동로봇 도입과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대표 규제로 꼽혔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함께 일하는 특성상 격리된 채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정밀기계,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국내 기업도 연이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규제 탓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진흥원은 고용부와 협의 뒤 자체 KS 심사원과 외부 심사원을 동원해서라도 협동로봇 인증 심사를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시장에 진출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국제표준화기구 협동로봇 가이드라인(ISO TS 15066)을 반영해 인증기준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진흥원장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협동로봇 안전인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시범 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일반 기업까지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인증기준도 지속 개선하는 등 국내 협동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까지 매년 13% 이상 성장,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