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업무 능력을 준비해야 하나

2016년 3월 인류 대표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 간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김으로써 AI가 인간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이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에 쏠린 관심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바둑은 그동안 비반복성 인지 영역 전형으로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고 여겨왔는데 그러한 믿음에 큰 불신을 싹트게 한 계기였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에 의한 기계화 혁명,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에 의한 대량 생산 혁명,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한 지식 정보 혁명이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 하면 주로 떠올리는 것은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이다.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과 두드러지게 다른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접하는 업무가 어떻게 분류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무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분류 기준은 업무가 비반복성인지 반복성인지와 인지 성격인지 육체 성격인지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반복 업무 분야로 한정됐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영역이 비반복 업무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안내 로봇, 간호사 로봇 등이 등장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센서링 기술 능력이 크게 향상돼 머신러닝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비반복 업무까지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향후 10년 또는 20년래에 음식점 종업원같이 사람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반복성 육체 업무 수행 노동부터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분석 능력 및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재능을 보유한 비반복성 인지 업무 수행 노동자는 컴퓨터로 대체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오히려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비반복성 인지 업무 또한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우리나라의 일자리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다. 향후 20년래에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같은 비반복성 인지 업무 수행 노동자는 약 33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조립원과 같은 반복 업무와 음식점 종업원과 같은 비반복성 육체 업무 수행 노동자는 컴퓨터에 의해 대체돼 각각 약 59만명, 99만명 감소가 예상된다.

2016년을 기준으로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비반복성 인지 업무 수행 노동자 비중(21.6%)은 OECD 평균(42.2%)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컴퓨로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반복성 육체 업무와 반복성 인지 및 육체 업무 수행 노동자 비중은 OECD 평균보다 더 높다. 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4차 산업혁명을 전격 맞이한다면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컴퓨터가 대체하기 어려운 비반복성 인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비반복성 인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창의 지능과 사회 지능이 필요하다. 창의 지능은 독창성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능력, 노래를 작사 및 작곡하는 능력, 문학 글을 작성하는 능력, 조형물을 만드는 능력 등 예술 재능도 필요로 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 지능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과 같은 독창성만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예술 재능도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분야다.

사회 지능은 사회 통찰력, 협상, 설득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능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으로, 청년층에 비해 중장년층에서 많이 보유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획득한 노하우는 은퇴하면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오랜 회사 생활을 통해 습득한 경영 전략 수립, 조직관리, 거래처와 협상, 마케팅 등 노하우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은퇴하면 퇴직 전에 받던 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1년 또는 2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러한 사회 지능을 제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 ljj@pi-tou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