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통신망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넷플릭스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넷플릭스는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8조원 이상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 차원이 다른 다양성과 재미를 제공한다.
넷플릭스 콘텐츠 경쟁력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정부 관계자도 “넷플릭스를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면 통신사를 바꾸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플릭스 최대 약점은 한국 콘텐츠와 실시간 방송이 없다는 점이었다. IPTV와 제휴하며 약점을 보강했다.
넷플릭스는 약점 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 제작이 대표 사례다. 영화 옥자에 이어 올해는 개그맨 유재석이 출연하는 '범인은 바로 너!' 조선시대 배경 사극 '킹덤' 등에 투자했다. 한국과 주변국 한류 시장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의 'VoD 시장 잠식' 가능성을 두고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은 '콘텐츠 종류가 다르다'였다고 한다. 시장 잠식이 최소한에 그칠 것이란 희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PTV 시청자에게 콘텐츠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시청자 수요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인기를 구가하면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도 이전과 다른 포맷과 새로운 장르 콘텐츠 제작·투자 필요성을 절감하는 자극제가 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은 넷플릭스를 접할 창구가 마땅치 않아 국내 시청자가 30만명대에 그치고 있지만 IPTV 전체가 도입하면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넷플릭스가 VoD 시장을 침투하면 IPTV 사업자 VoD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위험이 크다. 2014년 5730억원, 2015년 6510억원, 2016년 7090억원으로 급성장 중인 VoD 시장을 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은 넷플릭스 진출 6년 만에 VoD 시장 90%를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내줬다.
국산 OTT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다. 방송콘텐츠 사업자 수익기반도 위태로워진다. 넷플릭스 콘텐츠 득세에 따른 국내 콘텐츠 수익 악화→투자 감소→수익 악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에 직접 투자하면서 방송콘텐츠 제작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성공하면 아마존 등 해외 OTT 사업자가 국내 시장 진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은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둔 우리나라가 넷플릭스 충격을 계기로 '네트워크-콘텐츠'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고도화한 통신 인프라를 해외 콘텐츠사업자(CP)에 헐값에 내주기만 한다면 과연 애써서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네트워크가 '멍청한 파이프'로 전락해선 안 된다”면서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방송·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