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제도를 강화하면서 수입차 시장 성장을 견인했던 디젤차 신규 인증이 올해 들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신규 인증은 크게 늘었다.
2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신규 인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받은 수입차는 55종이다. 연료별로는 가솔린 43종, 디젤 6종, 하이브리드 5종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솔린은 20종(115%), 하이브리드는 4종(400%) 늘었으나, 디젤은 6종(50%)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국제표준시험법(WLTP)을 추가한 배출가스 측정 제도를 도입했다. 측정 방식에 실주행 조건이 포함돼 인증 자체가 까다로워졌다. WLTP 배출가스 측정 기준은 가속과 감속 상황을 강화했고, 주행시험 시간도 30분으로 10분가량 늘었다. 여기에 실도로주행조건(RDE) 측정 방식도 추가했다.
강화된 인증 제도는 국산차보다 수입차 업체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 법규에 따라 파워트레인 변경이나 개조 등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본사와의 협의를 거쳐야 해 빠른 대응이 어렵다. 신차 출시 초반 디젤보다 인증 통과가 쉬운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먼저 출시하는 경우도 늘었다.
실제 수입차 판매량에서도 가솔린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달 신규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가솔린은 1만3092대로 49.6%에 달했고, 디젤은 1만865대(41.2%)에 그쳤다. 하이브리드는 2442대(9.2%)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증 제도 강화는 차량 수입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우 과거 인증 신청과 동시에 본사에 초도 물량을 주문했으나, 최근 인증을 모두 완료하고 물량을 주문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과거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은 1달 내외를 예상했으나, 새 제도 도입 이후 2~3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인증이 어려워지면서 디젤보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