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힘으로 배달 시장을 혁신하겠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배달기사(라이더) 현장 경험을 시스템에 녹여 시장 효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정보는 상점별 라이더 접근성 자료다. 출동한 라이더가 헛갈리지 않고 가게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음식점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는지, 건물 내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는지 배달 도중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빠짐없이 기록한다. 최적의 바이크 주차 위치와 상점 방문 시 평균 대기시간 정보도 모은다.
유 대표는 “숙련자와 비숙련자 간 퍼포먼스 차이가 2~3배 벌어진다”며 “데이터가 비숙련자 역량을 높여 이 같은 격차를 크게 줄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문 추천 알고리즘도 내놓았다. 라이더별 동선을 계산, 두 개 이상 주문을 동시에 수행하는 묶음 배송 효율을 극대화할 구상이다.
데이터를 통한 혜택은 소비자와 가맹점에 돌아간다. 상점주는 언제 올지 모르는 라이더를 불안감 속에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유 대표는 “라이더도 음식 준비가 덜 돼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점과 라이더 사이 미스매칭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와 소통도 강화한다. 라이더가 음식점에 들렀다 소비자 집에 도착하는 30~40분간 여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메쉬코리아는 라이더 채용 문턱도 낮췄다. 열정만 있다면 바이크가 없어도 일할 수 있다. 무이자 할부로 바이크를 지급한다. 일하며 번 돈으로 조금씩 갚아나가면 된다. 렌트 제도도 도입했다. 단기 근무자를 위한 배려다. “방학 때만 일하려는 학생에게 유용하다”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부릉몰과 부릉스테이션을 통해 라이더를 챙긴다. 부릉몰은 라이더 복장, 장비를 포함한 배송 용품을 저렴하게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메쉬코리아의 배송 브랜드 부릉(VROONG)과 제휴 관계 라이더만 구입 가능하다. 라이더 쉼터 부릉스테인션도 전국으로 확장할 목표다.
배달 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 문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과 공동 대응한다. 유 대표는 코스포 모빌리티 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기 위해 정부를 설득하겠다”며 “음식 배달업이 정식 산업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메쉬코리아 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물류 사업 진출설과 관련해서는 “배달 대행을 넘어 물류 플랫폼으로 성장할 방침”이라며 “하나씩 준비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서두르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라이더 대상 더 좋은 근무 환경,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부연했다.
해외 진출 시기에 대해서는 “사업 논의를 원하는 해외 고객이 많지만 당분간은 부릉 TMS와 배송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며 “이런 작업들이 마무리되면 언제든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 대표는 “투명한 배달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며 “무증빙 거래나 일방적 계약 해지와 같은 문제를 없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소상공인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