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사업을 나눠 추진한다. 이 사업은 산업부와 과기정통부가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기획해 왔다. 양 부처가 함께 추진하던 사업을 나눈 것은 예산 확보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전해졌다. 사업을 합칠 경우 예산 검수 과정이 길어져 R&D 착수가 차일피일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2017년 8월 22일자 1면, 2018년 2월 19일자 1면 참조>
3일 정부, 업계, 학계에 따르면 산업부와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차세대 반도체 국책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양 부처는 올해 초부터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왔다.
산업부는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한 차세대 반도체 R&D에 9800억원을 투입하는 예타 신청서를 낸다. 분야는 반도체 설계, 장비·부분품 개발 등이다. 과기정통부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원천기술(CMOS+)과 통신 등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산업부와 비슷한 금액 규모로 예타를 따로 신청한다. 양 부처 모두 R&D 기간은 10년으로 잡았다.
산업부는 업계 의견을 청취해 상용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과기정통부는 학계 중심 원천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산업부는 업계, 과기정통부는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박사 위주로 각각 과제를 기획했다. '반도체'라는 키워드는 같지만 부처 성격이 다르고 중복 과제도 없는 만큼 완전히 다른 R&D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예타 조사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 3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국가 R&D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타당성과 가능성을 미리 평가하는 제도다. 최근 정부는 평균 1년 가까이 걸리던 예타 조사 기간을 6개월로 줄이는 내용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서 올해 예타 조사를 통과하면 당장 내년부터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현재 반도체 분야는 정부 예산이 없어 신규 R&D가 전무한 실정이다. 한시라도 빨리 예산을 확보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최근 예타 제도 개선에 따라 사업 규모가 1조원 이상이고, 기간이 6년 이상인 경우에는 예타 신청 이전에 국가R&D사업평가자문위원회 검토를 받도록 돼 있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가 각각 예산 금액을 1조원 미만으로 잡고 따로 예타 조사를 신청하는 이유는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연내 두 부처의 R&D 계획이 예타 조사를 통과하는 것이다. 둘 가운데 하나만 되거나 둘 다 안 된다면 과거 대비 예산이 줄거나 신규 예산이 아예 없는 현재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국가 R&D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반도체 분야에는 연간 1000억원 수준 R&D 예산이 배정됐다”면서 “통상 예타 결과는 애초 신청한 금액 50~60%가 삭감되기 때문에 양 부처 안(10년 2조원 미만)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