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튼튼한 소재는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에너지와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독일 BMW는 최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차체에 적용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구동계 부품까지 알루미늄을 사용한 이 전기차는 두 사람이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가볍고 튼튼해 화제를 모았다.
CFRP 소재 전기차는 글로벌 경량 소재 개발 경쟁의 산물이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신차 개발 경쟁은 전기, 수소, 하이브리드 등 에너지원에 집중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원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소재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배터리 하중이 높은 전기차 대중화 역시 경량 소재 개발에 성패가 좌우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자동차산업 메카인 울산에서 경량 복합소재 국제협력 연구를 주도하고, 글로벌 복합소재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이유다.
UNIST는 프라운호퍼 화학기술연구소(FICT)와 협력해 2016년 UNIST에 FICT 한국분원을 설립, 차량용 복합소재 국제협력 연구개발 비즈니스(R&BD) 토대를 마련했다. FICT 한국분원은 기존 협력 연구소와 달리 본원이 직접 까다로운 평가 절차를 거쳐 승인한 곳이다.
FICT 한국분원에는 박영빈 분원장(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과 FICT 파견 연구원, UNIST 석·박사 연구원 등 20여명이 FICT가 보유한 선진 경량 복합소재 기술을 습득하고, 독자 복합소재 기술을 개발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주요 과제는 탄소섬유강화 복합재를 비롯한 경량소재 핵심원천 및 양산화 기술과 경량 복합소재 고속성형 공정기술 개발. 이를 통해 UNIST를 경량 복합소재 기술사업화 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또 이를 토대로 울산을 국제 탄소섬유 기반 복합재 산학연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내 차량용 경량 복합재 개발 및 양산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탄소섬유 기반 복합재는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금속소재를 대체할 소재로 주목 받았지만 성형, 가공 문제로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FICT 한국분원은 지난 2년 동안 산업부 '창의산업거점기관지원사업'에 선정돼 연구동을 준공하고 최신 연구 장비를 구축했다. 현재 5년 단위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인 '복합소재를 이용해 고내열·고강성·내화학 특성을 향상한 극한 환경용 자동차 부품개발', '연속유리섬유강화 PET 샌드위치, 중공단면 복합 중간재를 활용한 자동차 구조용 부품 성형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첨단 장비를 활용해 기업 맞춤형 연구개발 지원, 애로기술 해소, 경량 소재 전문인력 양성도 시작했다.
<인터뷰/박영빈 FICT 한국분원장>
“탄소섬유 복합재는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단가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고 상용화를 위한 고속성형공정 기술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차량용 복합재 상용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영빈 분원장은 “한국과 아시아 생산 자동차에 적용 가능한 자체 복합재와 성형 기술을 확보해 오는 2025년 세계 5위권의 경량 복합재 설계 및 고속성형 공정기술 공급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박 분원장은 “자동차산업 발전에는 경량 소재 기술이 필수다. 원천기술에서 상용화 설계 역량까지 보유한 FICT와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라면서 “우리가 개발할 독자기술은 복합재 기반 초경량 자동차 양산에 기여하고, 구조 경량화가 필요한 여러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 선진 독일 기술을 추격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술자립화를 이뤄 경량 복합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가볍고 튼튼한 소재로 만든 한국 자동차를 UNIST와 울산에서 선보일 날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