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만난 김상조 “일감 몰아주기 용납 안돼…총수 일가의 비주력 계열사 주식 보유 없애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10대 그룹과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 위원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10대 그룹과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 위원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지적하며 개선을 당부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야기하는 총수 일가의 비주력 계열사 주식 보유 관행을 스스로 개선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두산 등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만나 “일감 몰아주기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조사나 제재를 한순간 회피하면서 우회 방법으로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기보다 선제 개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6월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11월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에 이어 세 번째다. 김 위원장 의지로 회동 대상을 10대 그룹으로 넓혔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 희생 위에 지배 주주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나아가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라면서 “공정 경제와 혁신 성장 모두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총수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모범 규준'으로 총수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주력 계열사 지분만 가질 것을 요청했다.

재벌 개혁은 이르면 3년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1년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재벌 개혁이 너무 느슨하고 느리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을 거칠게 옥죈다는 비판이 각각 나오고 있다”면서 “양쪽 시각 가운데 지점에서 속도와 강도를 맞추고, 3년 내지 5년 시계 아래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작업에 대기업이 적극 참여해 줄 것도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외부전문가로 특별위원회를 구성, 전면 개정 논의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은 “논의하고 있는 법안 내용에 지주회사, 공익법인,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소유지배 구조와 거래 관행에 직결되는 사안도 포함돼 있다”면서 “이들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그동안 실태 조사를 해 왔고, 머지않아 분석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재계에서도 함께 해법을 고민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4차 간담회 일정은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는 내년 5월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재계와 소통은 계속하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지금처럼 자주 재계와 만남 자리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1년 후 정부 출범 2년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신 재계에서 정부 기업 정책이나 혁신 성장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김준동 대한상의 부회장은 “그동안 재계도 지배 구조와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고, 계속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필요 시 재계와 김 위원장과 만남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간담회 후 기자와 만나 “(김 위원장이) 기업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다”면서 “앞으로 혁신 성장을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