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전자담배' 경고그림 강화...협회, 업계 "받아들일 수 없다"

궐련형 전자담뱃갑에 부착될 예정인 경고그림 시안.
궐련형 전자담뱃갑에 부착될 예정인 경고그림 시안.

보건복지부가 '아이코스 히츠'와 '글로 네오스틱', '릴 핏'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 그림을 부착하기로 결정했다. 담배업계와 협회, 흡연커뮤니티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제2기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운영해 담뱃갑에 새로 부착할 경고 그림과 문구를 확정하고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주사기 그림만 표기하고 '전자담배는 니코틴 중독을 일으킵니다'는 경고 문구만 기재됐다. 일반 담배와 달리 유해성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암 발병과 관련한 경고 사진을 넣기로 했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생산하는 일부회사의 발표에서조차 니코틴이나 타르에서의 발암물질 발견 사실을 공표한바 있다”며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일부 오해도 불식할 필요가 있어 이번에 전자담뱃갑에도 경고그림을 삽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비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정책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복지부가 결과를 인용한 연구에 상당수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다. 복지부가 인용한 연구는 스위스 베른대 연구결과로 미국 FDA는 실험방법상 문제로 인용하지 않았다. 또 복지부는 WHO 연구를 인용,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유해성분이 덜 배출된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 FDA 자문위원회가 밝힌 '유해물질 인체노출 감소를 인정한다'는 연구결과는 인용하지 않았다.

제2기 경고그림위원회 보건의료분야 위원으로 참여한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외국에서도 연구를 하다보면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선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한 장기적으로 국민들이 흡입하고 노출됐을 때 영향을 미리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담배협회와 업계에서는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요청이 이어졌다. 한국담배협회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뱃갑 경고 그림 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일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혐오도가 과장됐고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 그림에 암세포 사진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 그림은 사례가 없으며 유해성 논란이 진행 중이므로 경고 그림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 그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입장 발표와 한국 식약처 검사결과 발표 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추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고 그림 표기를 위한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이 생략됐고, 담배 소매인이나 흡연자와의 소통도 봉쇄된 채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 역시 “세계적으로 어느나라도 경고그림을 도입한 나라가 없고 이는 국민건강증진법의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경고그림 단서조항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경고그림은 식약처의 유해성 연구결과 발표 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재논의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배 업계 관계자 역시 “세계 각국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발암물질이 감소된 만큼 발암성이 감소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 있다”고 주장했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발암물질이 1이 들어있느냐, 100이 들어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 자체가 발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히 고려해 이번 결정을 했다”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 부착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6월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중 관련 단체와 전문가, 개인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시행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