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중심에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관해 얘기해 보자.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팩토리는 우리 산업 구조를 뒤흔들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모바일 등 기술이 긴밀하게 융합해서 사회 및 경제를 변혁시킬 것이며,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 있는 스마트 팩토리가 어떻게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지 알아보자.
현재 제조업은 제품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서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중국에 공장을 많이 지었지만 이제는 중국 인건비가 상승하자 베트남으로, 또 베트남 인건비가 상승하자 발 빠른 기업은 인도에 공장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된다면 이제는 인건비가 싼 곳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진다.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 관리 인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많은 인건비가 필요 없다. 이제는 공장을 짓는 기준이 인건비가 아니라 고객 위치, 물류, 설비유지, 원활한 원자재 공급 등이 중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공장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는 다르다. 공장자동화는 말 그대로 제품이 기계에 의해 자동 생산되는 것뿐이다. 즉 제품을 생산하면서 부품, 설비, 관리자가 각각의 역할만 할 뿐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기능은 없다. 또 품질검사, 생산계획, 설비상태 등 업무는 인간이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보니 스마트 팩토리 관점에서 보면 반쪽짜리 자동화 공장이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는 자재, 설비, 제품 등 모든 것이 IoT로 연결돼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특정 설비가 고장 나면 공장 스스로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생산량을 조절하고, 불량설비 정보를 관리자에게 통보한다. 이때 사람은 설비를 수리, 교체만 해 주면 된다,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자 스킬이 필요 없다. 공장 스스로가 생산량을 조절하고, 생산·검사·출하까지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되기 시작한다면 굳이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인건비 낮은 지역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고, 판매·물류에 장점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지어 운영해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도시 근처에 공장을 지어 빠른 시간 안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또 그동안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지어진 공장의 또 다른 역할은 기술 전수와 근로자 소득 증가로 이어지면서 해당 국가 소득과 기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 팩토리가 기술 선진국에 지어지면 기술과 부의 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져서 잘사는 나라는 더욱 잘살고 못사는 나라는 계속 못살게 되는 빈부 격차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즉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고 고객 요청에 의한 주문 제작을 할 수 있는 시대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공장 설립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이는 생산 인력, 원자재 공급, 물류 등 모든 산업 구조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해외 생산 공장을 자국으로 회귀하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주창하는 이야기와 의미가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뒤처진다면 선진국과 제조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고, 후진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ICT 분야에서 남보다 앞서고 있는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4차 산업혁명 중심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기술을 주도할 수도 있다. 또 인건비 때문에 외국에 나가는 제조시설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면 소득 상승과 기술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남의조 투테크 대표이사 sanma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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