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과학기술의 강점은 철저한 검증과 이를 토대로 한 상용화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생활가전 등에서 보여주듯 트렌드를 반영한 빠른 기술 개발이 장점이다. 이를 결합해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연구개발(R&D)하는 곳이 바로 'UNIST-헬름홀츠 율리히 미래에너지 혁신연구센터(JULIA, 이하 줄리아)'다.
'줄리아'는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GRDC)'에 선정돼 문을 열었다. 정부와 울산시가 각각 34억5000만원과 5억원을 출자하고, 헬름홀츠재단이 연간 50만유로(약 6억 6000만원)와 현물 18만유로(약 2억4000만원)을 지원한다. 오는 2022년까지 6년 동안 운영한다.
주요 임무는 태양광 발전과 이차전지를 융합한 차세대 에너지기술 개발이다. UNIST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이차전지, 태양전지 기술력과 헬름홀츠 율리히연구소가 보유한 상용화 검증 인프라를 결합해 신재생에너지를 확산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다.
첫 과제는 태양광 발전과 전지를 일체화해 태양광 에너지를 손실 없이 저장할 수 있는 '무손실 태양광·전지 일체형 에너지시스템' 개발이다.
태양광 발전과 이차전지는 각각의 요소기술 향상에 집중해 온 터라 서로 연계할 필요성이 적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센서 사용이 급증하고,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사회 환경이 급변하면서 소량의 전기도 저장했다가 사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졌다.
줄리아의 목표는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 에너지를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생산, 저장, 활용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 대중화 기술과 상용 제품 개발이다.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대용량 전지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일체화하는 연구까지 추진해야 한다.
조욱, 최경진, 송명훈 UNIST 교수와 우베 라우 율리히연구소 교수가 태양전지 연구를 이끌고, 손재성, 차채녕, 강석주 UNIST 교수와 뤼디거 아이헬 율리히연구소 교수는 이차전지 연구를 담당한다.
줄리아는 1단계로 올해까지 협력 연구공간을 확보하고 장비를 구축한다. 2단계로는 2020년까지 개별 요소기술 개발과 한독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차세대 에너지 소재 분석' '친환경 태양광 전지' '알칼리 금속계 이차전지'를 연구를 시작한다. 에너지 생산·저장 소재 분석이 가능한 통합 설계·분석 장비와 소프트웨어,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텐덤형 태양광 소재·시스템, 고체형·통합형 리튬·나트륨 이차전지, 리튬-에어전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3단계로 태양광-이차전지 일체형 모듈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를 추진한다.
울산에 국제 산학연 R&BD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미래 에너지 전문가를 양성하며 태양전지와 이차전지 융합을 선도하는 국제 연구개발(R&D)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미래에너지 신기술 공동연구개발과 함께 연례 워크숍, 협력 실험, 학생 교류를 추진해 공동연구 성과를 UNIST와 율리히, 한국과 독일 간에 공유 확산시켜 나가는 역할도 수행한다.
<인터뷰/조욱 UNIST-헬름홀츠 율리히 미래에너지 혁신연구센터장>
“줄리아는 UNIST와 율리히 연구진 간 협력 아래 상용 가능한 기술과 시제품을 발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핵심 역할입니다. 헬름홀츠 독일 본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험 인프라를 이용, 기술 및 제품을 검증해 상용화합니다.”
조욱 줄리아 센터장은 “율리히연구소는 에너지 기초연구에서 응용까지 전주기에 걸쳐 기술 개발과 검증 인프라 역량을 보유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라면서 “줄리아 설립의 출발점은 UNIST의 태양전지 및 이차전지 기술력과 율리히의 기술 상용화 인프라를 결합하면 최고의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는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산업 원천기술 확보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독일은 미래 에너지융합 기술 및 제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이라면서 “개발 기술 사업화는 물론 태양광 관련 스타트업 설립과 성장까지 지원해 글로벌 에너지 신산업 연구와 상용화를 주도하는 국제 연구센터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