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이 세계 최초로 자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 각막이상증 치료제를 개발한다. 여러 안과 유전 질환을 동시 진단하는 검사 서비스까지 출시, '진단-치료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세계 희귀 안과질환 치료 시장을 선점할 기회다.
아벨리노랩(회장 이진)은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각막이상증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신청을 접수한다고 16일 밝혔다. 각막이상증은 각막에 단백질이 쌓여서 시력 저하, 실명을 유발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주로 10~20대에 발현된다. 현재 치료법은 없다. 세계에서 772명 가운데 한 명 꼴로 발생한다.
아벨리노랩은 2016년부터 영국 얼스터대와 손잡고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 각막이상증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얼스터대가 보유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과 아벨리노랩 환자 유전자 정보, 임상 결과 등을 합쳐 세계 최초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진행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크리스퍼-캐스9'을 한 단계 진보시켰다. 엉뚱한 DNA를 자르거나 수정하는 '오프-타깃 효과'를 줄이는 기술을 접목했다.
2년 간 노력 끝에 각막이상증을 일으키는 유전자만 골라 삭제·편집하는 치료제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 실험용 쥐 눈에 각막이상증 유발 유전자를 넣고 치료제 효과를 관찰했다. 치료 효과는 물론 독성 여부도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말 자매지 네이처를 통해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유럽 중심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진다. FDA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으면 내년 초에 착수한다.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은 11월 기업공개(IPO)로 충당한다. 해외기관, 기업 투자로 유치한다. 각막이상증은 FDA 희귀질환으로 포함돼 임상 2상을 마치면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다. 이르면 2021년부터 상용화가 가능하다. 각막이상증 세계 최초 치료제가 된다.
이진 아벨리노랩 회장은 “기존 안과를 포함해 다양한 유전자 치료제는 혈관주사로 약물을 투여하는데 독성 문제와 다른 조직,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는 점안액 방식과 미세 주입 방식으로 개발, 독성을 포함한 부작용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희귀 안과 유전성 질환 진단 서비스까지 강화한다. 올해 말까지 각막이상증과 원추각막을 한꺼번에 살피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한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얇아지면서 원뿔 모양으로 돌출돼 부정난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계에서 2000명 가운데 한 명이 앓는다.
두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 62개를 바탕으로 진단 서비스를 개발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일루미나와 장비 도입 논의를 마치면 서비스를 시작한다. 존슨앤드존슨(J&J) 등 글로벌 제약사와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시력 교정 시장을 포함, 백내장 시장까지 판매 범위를 확대한다.
이 회장은 “각막이상증, 원추각막 등 희귀 안과질환을 사전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까지 제공하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면서 “첨단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희귀 안과질환 영역에 세계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