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민원에 발목 잡힌 출점...소비침체까지 '겹악재'

롯데몰 군산점 외관
롯데몰 군산점 외관

유통업계가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등 각종 규제와 민원,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가 출점을 이어가며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유통업계지만 최근 신규 출점에 난항을 겪거나 이미 개점한 점포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는 등 어려움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전북 군산에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은 개점 한 달도 되지 않아 영업을 정지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롯데쇼핑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소상공인협회와 상생방안에 합의했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상생법을 근거로 또 다른 소상공인 3개 조합과 합의할 것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롯데몰 군산점 오픈에 반대해온 군산의류협동조합과 군산어패럴상인협동조합, 군산소상인협동조합 등 3개 조합은 17일 사업조정 신청을 철회했다. 롯데몰 유치에 적극적인 기존 시정 체제보다 새로운 지방정부 출범 이후 협상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2016년 군산지역 소상공인협회와 상생방안에 합의해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650여명의 지역 주민을 채용했지만 또 다른 규제로 인한 리스크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1조원을 투입해 구축하려던 하남 온라인센터 계획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하남시에 건립 예정이었던 온라인 전용물류센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적극 추진해온 사업이다.

정 부회장은 앞서 “하남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 센터를 구상 중”이라며 “30층 아파트 높이로 지역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만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LH로부터 미사지구 자족8-3·4·5·6 4개 블록(총 2만1422㎡)을 972억200만원에 낙찰받았고 부지 계약 체결을 앞뒀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교통체증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본계약 체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 상인 및 지자체와 갈등으로 건립 자체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5년부터 추진해온 경기 부천 상동 영상복합단지 백화점 건립 사업을 전면 백지화 했다. 신세계는 해당 부지에 백화점, 마트 등을 하나로 묶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짓는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과 정치권의 반대로 계획을 수정, 개발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고 상인들과 품목이 겹치지 않는 백화점만 넣기로 계획을 변경해 재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사업도 5년째 표류 중이다. 롯데그룹은 2013년 서울시로부터 DMC역 인근 부지 2만644㎡를 1972억원에 매입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인허가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오는 23일 상암 DMC 특별계획구역 롯데몰(3~5구역) 세부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본심의를 진행해 사업재개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의 신규출점이 잇달아 난항을 겪는데다 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통산업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통계청 기업활동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2007∼2016년 유통기업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시작된 2012년을 기점으로 유통업체 성장성과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출점이 막히며 유통업계 전반에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며 “고용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