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가 체외진단 키트 시장에 앞다퉈 진출한다. 혈액, 침 등을 통한 진단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국내 60% 이상 시장을 점유한 외산 제품을 대체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JW홀딩스, LG화학, GC녹십자엠에스, 파나진 등이 진단키트를 개발해 판매에 나섰다. 신약개발은 중장기 매출로, 체외진단 키트는 단기 매출 사업으로 활용한다.
GC녹십자는 2003년 의료기기 사업을 분사해 진단시약 전문기업 GC녹십자엠에스를 설립했다. 20여종 진단키트를 상용화했다. 혈액검사만으로 알레르기 등을 테스트하는 진단키트를 판매한다.
최근 독자 개발한 전자동 당화혈색소(HbA1c) 측정키트 '그린케어 에이원씨'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한 번에 피를 뽑아 당화혈핵소를 분석해 문서로 출력해준다. 4분 30초 만에 분석 결과가 나오며 실온 보관한다. 암 진단키트도 개발한다. 신제품을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시장에도 공급한다.
LG화학은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1986년 진단시약 연구를 시작한 뒤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1992년부터 제품을 생산했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의료 트렌드가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함에 따라 진단시약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2015년 말 오송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해 지상 1층 연면적 2370m²(약 717평) 규모 진단시약 전용공장을 완공했다. 호흡기 바이러스, 결핵 진단 등에 사용되는 분자진단 시약 등 총 12종의 제품을 생산한다. 올해 해외도 진출한다.
유전자 진단 전문기업 파나진은 암 돌연변이 지표 키트 '파나뮤타이퍼'를 개발했다. 환자 혈액 등으로부터 폐암 포함 암 돌연변이를 검출한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고 3시간 내 검사가 가능하다. 다국적제약사 로슈 액체생검 제품과 경쟁한다. 파나진의 파나뮤타이퍼가 신의료기술 인정을 받았다. 국내 기술로 글로벌 기업 로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해외 진출도 모색 중이다.
바이오벤처 메디프론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 파악하는 진단키트를 상용화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진단키트 상용화 기술을 이전 받았다. 기술은 소량의 혈액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말로이드 유무를 판결하는 것이다. 기존 고가 영상검사 없이도 검사 정확도를 90%로 높였다. 대부분 치매 진단기술이 증세가 뚜렷한 환자 대상으로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치매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도 구분한다.
제약사가 진단키트 개발에 나선 것은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간단한 혈액검사, 침 등으로 질병을 확인할 수 있어 수요가 늘어난다.
국내 체외진단용 시약 시장은 수입이 약 66%(2015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 해외에서는 스위스 로슈, 독일 지멘스 등 외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해 국내 기업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넘어간다”면서 “제약 바이오 업체가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신약개발만 주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진단키트 시장에 뛰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어서 매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