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 '벤처', 벤특법 개정안 시행...불량 벤처 양산 우려도

토즈, 패스트파이브, 르호봇 등 스타트업 창업 산실 역할을 하는 토종 공유 오피스 기업이 벤처 기업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공유 오피스뿐만 아니라 미용실, 노래방, 여관, 골프장 등 다양한 업종에서 혁신 서비스 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주점, 무도장, 사행시설 등 일부 유흥성·사행성 관련 업종이 아니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면 각종 세제 혜택, 정책자금 지원 우대, 특허 우선 심사 등 막대한 지원이 뒤따르는 만큼 '불량 벤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부동산 임대업 등 23개를 벤처 기업 제한 업종으로 묶은 규제를 대폭 완화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29일부터 시행한다. 개정령은 21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마쳤다.

벤처기업 제한 업종 변경 전과 후
벤처기업 제한 업종 변경 전과 후

그동안 숙박업, 부동산 임대업, 미용업, 골프장 운영업, 노래연습장 운영업 등 23개 업종은 벤처 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없었다.

대표 분야가 최근 새로운 업무 환경 제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공유 오피스'다. 책상 하나부터 독립된 사무실까지 유동 업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창업자나 스타트업이 선호한다. 세계 1위 업체 '위워크'가 국내에 상륙했다. 국내 업체만 부동산 임대업자로 분류돼 벤처 투자 등에서 제한을 받았다.

개정안은 1월 중기부가 발표한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 혁신 대책' 후속 조치로 나왔다. 정부가 벤처 기업이 될 수 없는 업종을 정해 사전에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업계와 관계 부처 의견을 반영했다. 국민 정서상 벤처 기업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유흥성·사행성 관련 5개 업종은 벤처 기업에서 배제된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벤처 기업 혜택을 받지 못해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데 다른 산업군 스타트업보다 지장이 많았다”면서 “법 개정으로 임대업 등 기존에 투자 금지 업종에 속해 있던 회사가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기 쉬워졌다는 점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벤처 기업으로 인증 받으면 다양한 혜택이 따르는 만큼 '무늬만 벤처'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벤처 기업은 법인세·소득세·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지원 우대, 특허 우선 심사, 주식 교환 허용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을 받는다.

벤처 투자 유치, 기업 부설 연구소 보유, 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 보증이나 대출 등 요건을 충족시키고 벤처 기업 확인 기관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검증 과정이 필요하지만 부작용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투자업계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제한 업종 해제와 부작용 예방을 위한 자율규제안 마련에 나섰다. 업종 제한이 풀린 만큼 업계 자정 노력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다 보니 법률에 이를 즉시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자율규제안 수립으로 건전한 투자 생태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홍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혁신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요건을 충족시키면 업종과 관계없이 벤처 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앞으로도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