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폐지 대신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 택한 금융위...미봉책 비판 목소리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로 불거진 공매도 폐지 여론에 금융당국이 '보완'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무차입 공매도를 감시하는 동시에 기관과 외국인 중심으로 이뤄졌던 공매도를 개인 투자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무차입 공매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시스템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보다 공매도 순기능만을 강조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주식시장 배당사고 재발 방지와 신뢰회복을 위한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을 28일 발표했다. 지난달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고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우선 주식 보유잔고와 매매수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살피기로 했다. 장 개시 이전 금융회사 및 유관기관을 통해 투자자별 주식 매매가능 수량을 산정하고, 장중 주식 매매를 통한 주식 변동 내역을 파악해 매매가 가능한 주식 수량을 실시간 관리한다.

유통 주식 수가 장중 최대 발행한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장중 확인하기 위해서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당시 발행 주식은 8930만주, 최대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였던데 반해 장부상 착오 입고된 주식 수는 28억주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융당국은 사건 발생 이후 30분여간 '유령주식'이 시장에서 매매됐음에도 장 마감 이후에야 뒤늦게 구체적 정황을 파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그간 기관과 외국인이 차입계약 없이 우선 주식을 매도한 이후 결제일 직전 차입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일부 투자자는 매도주문 체결 이후 결제 주식을 확보하는 사례가 발견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과 함께 공매도 문턱은 오히려 낮췄다. 금융위는 위험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인 대여가능 주식종목과 수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수료 조정을 통해 증권사의 대주서비스 제공도 확대한다. 공매도에 순기능이 있는 만큼 제도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공정한 제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삼성증권 사고는 착오 입고된 주식을 매도해 발생한 것으로 공매도 규제 이슈와 직접 관련된 사항은 아니다”며 “공매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해 불공정거래를 최소화하고 위법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해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여론에 떠밀려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에 따른 위험 부담을 증권사로 돌리는 악수를 뒀다고 평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 순기능을 설명하기 어려우니 책임을 시장으로 돌렸다”며 “신용 수준이 낮은 개인 투자자에 대한 대주서비스를 확대하라는 방침은 증권사가 부담을 떠 안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에 한해서는 특정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코스닥 상장업체 관계자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편입되지 않은 종목은 수급이 취약해 공매도 포지션에 따른 치명적 주가 하락이 가능하다”며 “KRX300 등 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종목의 공매도 제한 등 여론을 면밀히 살펴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