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주요 원인으로 떠오른 '전파간섭'…차폐기술 '핵심' 과제로

최근 발생하는 자율주행차 사고 원인으로 '전파 간섭'이 꼽히면서 대책 마련이 업계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자율주행차는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 카메라 등 다양한 센싱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전파에 의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차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율주행차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테크기업 모빌아이는 최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연에서 빨간불을 무시하고 교차로를 지나가는 오작동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장면은 이스라엘 전역에 생방송으로 전달됐다.

문제의 차량은 모빌아이가 개발 중인 레벨4·5 자율주행차 프로토 모델이다. 12개의 카메라와 인텔 인공지능(AI) 칩만 장착됐다. 자율주행차의 필수 부품처럼 여겨지는 레이더, 라이다는 제외됐다. 모빌아이는 레이더, 라이다 센서가 오작동 할 경우에도 카메라 만으로도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모빌아이는 이번 오작동의 원인으로 '전파 간섭'을 들었다. 해당 차량에는 이스라엘 '채널10'의 생방송용 카메라가 같이 탑승하고 있었다. 때문에 카메라 무선 송신기가 전자기파의 방해 작용을 일으켜 차량이 적색신호를 감지하는데 오작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암논 샤슈아 인텔 수석부사장겸 모빌아이 CEO
암논 샤슈아 인텔 수석부사장겸 모빌아이 CEO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카메라가 신호등을 빨간색을 읽었지만, 차량은 그 정보를 무시하고 응답기의 신호를 기반으로 운전한 것”이라며 “이는 매우 특이한 상황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고, 현재 외부 전자파로부터 방해받지 않기 위해, 하드웨어 변경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레벨3 자율주행 실험차 'M.BILLY(엠빌리)'도 시연 도중 전파 혼선으로 오작동을 일으켰다. V2X(Vehicle to Everything) 신호를 기반으로 주행하는 엠빌리는 전파 혼선으로 우회전을 해야 하는 구간에서 직진을 하는 문제을 반복적으로 일으켰다.

이처럼 자율주행차 실험 중 전파 간섭으로 인한 오작동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SW) 오류로 자율주행차 최초 사망사고를 일으킨 '우버(Uber)'도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적신호를 무시하고 주행한 적 있다. 또 구글도 과거 '구글카' 시절 전파 혼선으로 오작동을 자주 일으켰고, 웨이모로 분사한 이후에도 교차로에서 오작동을 일으킨 사례가 여러 번 있다.

우버
우버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전파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파간섭(EMI)를 차단하는 차폐 기술 강화를 주문한다. 현재 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 자동차 업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구반을 통해 자율주행차 전자파적합성(EMC) 기준 제정을 논의중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기존 자동차들과 달리 공간에서 나오는 전자파 간섭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일반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EMC 기준에 전도성 방해 기준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올 하반기까지 논의가 끝나면 EMC기준전문위원회에서 기준은 최종 확정된다.

EMC 기준이 마련되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자동차는 EMI와 '내성'(EMS) 두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장해 방지 기준은 엔진이 구동되는 상태에서 10m 거리에서는 36dB(μV/m) 이하, 3m 거리에서는 46dB(μV/m) 이하를 각각 만족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제작과정에서 EMI차폐 소재를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일반 차량보다 전파 간섭이 수십배가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차폐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관련 기술 개발과 차폐 소재 확보에 업계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