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의 신용카드 단말기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1년 넘게 결론을 못내면서 도입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게임위가 아케이드 게임장, 이른바 오락실 대상 신용카드 단말기 도입을 본격 검토한 시점은 지난해 초다. 관련 업계가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선제적 대응 방안을 서둘러 내놓는 게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부처 간 협의, 안전장치 마련과 같은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게임위는 지난해 1월 말 아케이드 업계 주요 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신용카드 단말기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대체로 찬성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게임위 내부 회의가 수차례 열렸다. 신용카드 단말기 부착 문제를 규제개혁 과제로 선정했다. 관련 법 개정 논의도 벌였다. 동전이나 지폐만 쓸 수 있도록 정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 시행령 규정에 신용카드를 추가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그러나 도입 여부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게임위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전했다. 다만 공론화를 위한 세부 일정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게임위는 지난해 7월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기다리다 지쳤다는 반응이다. 게임위가 답을 미리 정해놓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업체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청와대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업계는 게임위 내부 의견이 갈리면서 결정이 미뤄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신용카드 도입 찬성 측은 사행성·폭력성과 무관한 게임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축구, 야구, 농구, 다트, 음악 분야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변화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활성화되고 세원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새 제도 악용 사례를 염려한다. 일부 게임기부터 순차적으로 단말기를 붙이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케이드 업계 역시 통일된 목소리만 내는 건 아니다. 소득 노출을 꺼리는 일부 게임장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규제 불똥이 건전 게임으로까지 튀고 있다”며 “다른 나라는 오랜 전부터 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동전, 지폐만 써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게임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전체 게임에 대한) 방향성 결정이 먼저”라고 반박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