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양질의 키즈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쥬니어 네이버를 선두로 Z세대 이후 '알파 세대'를 선점하기 위한 키즈 콘텐츠 투자가 활발하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도 국내 키즈시장에 진출했다.
6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임에도 불구, 키즈 산업 시장 규모는 2002년 8조원에서 2007년 19조원, 2012년 27조원, 2015년 39조원 규모로 매년 대폭 성장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부모가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키즈 콘텐츠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키즈 콘텐츠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유료 비중이 큰 편이다.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좋은 콘텐츠를 구입하는 데 비용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같은 콘텐츠를 반복 시청하는 경향이 있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언어나 문화 장벽이 낮아 해외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성장요인으로 꼽힌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키즈 콘텐츠 투자는 현재 수익성보다도 충성도 높은 미래 이용자, 즉 '알파세대' 선점이 목표다. 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의미한다. 밀레니얼 세대인 Y세대 자녀로 볼 수 있다. 나이로 따지면 0~7세 영유아들이지만, 2025년에는 전체 인구 가운데 20억을 차지하는 주류 세대가 된다. 인터넷 기업 간 키즈 콘텐츠 경쟁은 알파 세대를 미래 이용자로 락인(lock-in)하기 위한 경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IT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알파 세대는 전례 없는 수준의 기술에 노출된다. 스크린 대신 보이스로 기술을 이용하는 세대다. 인터넷 업계에서도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이용하는 알파 세대가 음성 인터페이스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키즈 콘텐츠 트렌드도 동영상에서 오디오로 이동해갈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제기된다.
국내 최장수 키즈 서비스인 쥬니어네이버(쥬니버)를 운영하는 네이버도 오디오 키즈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18년간 쥬니어네이버 서비스를 운영해온 경험과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올해 키즈 콘텐츠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네이버는 내달 초 '터닝메카드' 주제가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동요 3000여 곡을 무료로 개방한다. 현재 1400개인 동화도 전래동화, 위인동화, 뮤지컬동화, 자장가동화 등 주제를 다양화해 500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오디오 기반 네이버 추천기술도 고도화 된다. 예를 들어 “공룡메카드 노래 틀어줘”라고 AI 스피커에 말하면, 이 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등의 노래를 뒤이어 재생하는 방식이다. 연령이나 시간대에 맞는 동화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콘텐츠에서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제작한다. 아이 선택에 따라 동화 내용이 다르게 전개돼 흥미를 끌면서도 창의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네이버는 우선 명작동화 20편으로 인터랙티브 오디오 콘텐츠를 시범 제작하고, 이용자 반응에 따라 동영상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도 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에서 이용 가능한 오디오 콘텐츠에 집중한다. 카카오미니가 자녀 이름을 넣어가며 동화책도 읽어준다. 자녀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카카오미니 설정앱 '헤이카카오'에 자녀 이름을 입력하면 된다. 카카오미니로 자녀를 칭찬할 수도 있다. 카카오미니가 자녀 이름을 불러가며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도록 칭찬한다. 카카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도티, 잠뜰, 헤이지니, 허팝 목소리도 추가할 계획이다.
동영상 서비스 강자인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보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해 5월 '유튜브 키즈'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유튜브 키즈는 3월 기준 매주 시청자가 1100만명, 누적 조회수는 300억회를 기록했다. 구글은 올해 2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어린이만을 위한 '유튜브 펜페스트 코리아-키즈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한국 키즈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유튜브 키즈는 개방된 플랫폼 특성상 콘텐츠가 방대하다. 하지만 그만큼 부적절한 콘텐츠가 유통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디즈니 인기 캐릭터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노출되는 이른 바 '엘사게이트(Elsagate)'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2011년 어린이 이용자를 위한 '키즈 섹션'을 출시했다. 로그인 화면에서 '키즈 모드'를 선택하면 어린이용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가 손쉽게 찾도록 구성했다. 아이들이 유해한 콘텐츠를 접근할 수 없도록 부모 권한도 강화했다. 넷플릭스 키즈는 지난해 2월 국내 버전에도 적용됐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3월 기준 1억2500만명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키즈 콘텐츠를 이용했다. 200편 이상 시청한 가입자도 200만명이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즈 콘텐츠 성장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국내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도 가세해 앞으로 키즈 콘텐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