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허덕이던 헬스커넥트가 17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최대 규모다. 각종 규제로 국내가 아닌 해외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헬스커넥트는 사모투자 운용사인 KTB-뉴레이크 의료글로벌진출펀드로부터 17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펀드는 2014년 보건복지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각각 100억원, 125억원을 출자했다. 운용사인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뉴레이크 얼라이언스 매니지먼트가 출자한 25억원까지 합쳐 첫 해 250억원 펀드를 조성했다. 국내 의료시스템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2011년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 설립한 헬스커넥트는 스마트 병원 솔루션,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 등이 주력 사업모델이다. 모바일 당뇨병 관리 플랫폼 '헬스온'을 개발해 국내외 사업을 추진했다. 이 솔루션은 의료진이 당뇨 환자 자가 관리를 지원하고 변화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원격의료가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사업 개시도 못했다. 모바일 기기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구조 탓이다. 자본잠식까지 이어지면서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지난해 매출은 72억원, 당기순손실은 25억원이다. 누적 결손금만 257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국내 사업이 막히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원격의료가 자유로운 유럽, 중국, 남미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당뇨 관리 플랫폼으로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획득했다. 중남미, 동남아 진출을 위한 신뢰성 확보 차원이다. 실제 중국 내 시범사업과 싱가포르 현지기업에 공급 계약까지 체결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고도화한 '헬스온G'의 유럽 CE인증과 국제품질규격 ISO13485 인증을 획득했다. CE인증은 안전, 건강, 환경, 소비자 보호 유럽규격을 준수한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 내 의료기기 판매를 위해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투자 역시 글로벌 진출 노력과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질병을 관리하는 모바일 메디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160억달러(약 17조43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비만 등으로 세계적으로 당뇨 환자가 급증한다. 국가적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헬스온G'와 같은 모바일 질병관리 솔루션이 주목 받는다. 국내에서는 사업기회조차 갖지 못했지만 중국, 동남아, 유럽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헬스커넥트 관계자는 “꾸준한 연구개발(R&D)로 제품을 고도화했고 해외 진출을 추진해 CE인증 획득 등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지속 적자를 기록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 유럽 진출을 위한 거점 마련과 솔루션 고도화 등을 강화한다.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도 준비한다. 올 초 의료진이 겸직하던 대표이사 체제에서 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임태호 대표가 취임하면서 전문성과 연속성을 강화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도 고무된다.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업계 최대 규모 투자 유치 소식이 나오면서 산업 활성화를 기대한다. 투자 유치에 따른 성과가 이어질 경우 업계 전반에 투자가 확대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저해하는 규제 해소 목소리가 힘을 받는 효과도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170억원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중 최대 투자 유치 사례”라면서 “시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만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