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파주 10.5세대(P10) 신공장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으로 구축한다. 당초 이 공장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으로 구축한 뒤 OLED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중국 업체 가세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LCD보다 고부가 가치 OLED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10.5세대 대형 유리 기판에서 OLED가 양산되면 50인치 이상 대화면 TV 패널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OLED TV 가격 인하로 대중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열린 LG그룹 컨센서스미팅(CM)에서 P10 생산 품목을 10.5세대 OLED로 직행하기로 확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10.5세대 초대형 기판 기술 안정 확보를 위해 우선 LCD 설비를 갖춘 뒤 OLED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LCD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림으로써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P10이 가동되는 2020년이 되면 LCD 경쟁력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BOE와 차이나스타가 10.5세대 OLED 투자를 준비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기업이 화이트 OLED는 물론 차세대 잉크젯 프린팅 도입까지 검토하면서 자칫 초대형 OLED 시장 선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캐시카우인 LCD 사업이 계속 불황을 겪을 공산이 커지게 되면 앞으로 역량을 10.5세대 OLED에 집중해서 양산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P10에서 10.5세대 OLED를 생산하기로 확정했지만 3분기부터 시작되는 전 공정 장비 반입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주요 전 공정 장비를 7월부터 반입하기로 계획했지만 최근 해당 장비 기업에 입고 일정을 늦춘다고 통보했다.
한 장비 기업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올 3분기 납품 예정으로 있던 장비를 내년 2분기에 입고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새로운 입고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단 전체 투자 일정은 지연됐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가 파주 P10 투자 일정을 늦춘 이유는 '기술 방식'과 '투자 자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10.5세대 기술 방식을 기존 화이트OLED로 할 지 차세대 공정 기술인 잉크젯 프린팅으로 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 화이트OLED는 이미 양산 검증된 방식이어서 안정성이 높다.
그러나 P10이 최소 3년 이상 10년 이후 변화까지 소화해야 하는 차세대 공장인 만큼 새로운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도입할 공산이 크다. 초대형 OLED TV 패널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양산하려면 지금보다 공정 복잡도가 덜하고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잉크젯 기술은 잠재 가능성이 있지만 양산이 검증되지 않아서 회사가 감당해야 할 위험도가 크다. 이 때문에 쉽게 양산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수년 동안 파일럿 라인을 운용하며 기술을 검증해 왔다.
막대한 투자비 부담도 투자 일정을 지연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에 983억원 적자를 냈다. 2분기는 계절 비수기와 LCD 업황 부진이 지속, 1분기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P10 투자 일정을 다소 늦췄지만 아직 새로운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투자하도록 속도를 조정하면서 기술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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