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첫 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일차로 넘어가게 됐다. 초기에 한두 이동통신사업자가 블록 수를 줄여 경매가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5G 서비스 출발선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는 각 이동통신사업자 의지와 자존심, 입찰증분 최소화에 따른 가격 부담 감소가 경매 조기 종료를 막았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흥행 실패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예상 외 경합
15일 열린 1일차 5G 주파수 경매에서 3.5㎓ 대역은 1단계 클락입찰 6라운드까지 진행됐다. 6라운드 종료 현재 1개 블록(10㎒ 폭)당 가격은 957억원이다. 수요가 공급 대역폭보다 큰 상황에서 종료, 18일 7라운드가 속개된다.
반면 28㎓ 대역 1단계 클락입찰은 1라운드에서 최저경쟁가격에 종료됐다. 1개 블록(100㎒폭)당 가격은 259억원이다. 주파수 대역 위치결정을 위한 2단계 경매(밀봉입찰)는 3.5㎓ 대역 1단계 입찰 종료 이후 동시 진행한다.
이통사는 경매 최저경쟁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했다. 주파수 할당과 별개로 20조원 이상(LTE와 비교 추정)을 망 구축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주파수 투자는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상 외 경합이 펼쳐지며 결과 예측이 어렵게 됐다.
전파법에 따라 경매 결과가 향후 신규 5G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에 영향(대가 상승 등)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의외라는 평가다. 새로운 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만큼은 '경쟁사보다 적은 주파수를 가져갈 수 없다'는 자존심 싸움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증분 부담이 줄었다
입찰증분 부담이 줄어든 것도 경합이 벌어지게 한 요인 중 하나다. 동시오름입찰(SMRA)로 진행된 2016년 주파수 경매에서는 최소 증가 입찰액인 입찰증분이 0.75%로, 직전 라운드 가격의 0.75% 이상이라면 무제한 가격을 부를 수 있었다. 그 결과 2.6㎓ 대역에서 7라운드 만에 가격이 3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클락입찰을 도입한 5G 경매에서는 입찰증분이 0.3~0.75%로 최고값 한도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10라운드까지는 가능하면 낮은 입찰 증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블록당 948억원에서 시작해 957억원에서 멈춘 3.5㎓ 대역의 경우, 과기정통부는 라운드마다 블록당 약 0.314~0.316%인 3억원을 올려서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6라운드까지 블록당 9억원, 28개 블록 전체로는 252억원 상승에 그쳤다.
게다가 더 이상 경합이 어렵다고 판단해 블록 수를 줄이면 블록 1개당 경쟁사 대비 약 1000억원 가까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해도 일정 라운드까지 경합을 펼칠 수 있는 이유다.
◇입찰유예 의미는?
3.5㎓ 대역은 6라운드까지 블록당 9억원이 올랐다. 최소 입찰증분을 적용하더라도 적어도 2개 라운드에서 입찰유예가 있었다는 의미다. 입찰유예는 특정 라운드에 입찰하지 않고 쉬는 것으로 대역별 한 이통사당 2번씩 총 6번 신청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입찰유예가 '잠시 숨고르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본사와 상의해 전략을 가다듬는다는 의미다. 반면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경우라면 2일차인 18일 경매가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대방에 '승자의 저주'를 안기고 빠질 수 있는 SMRA와 달리, 상승한 가격이 모든 블록에 동시 적용된다는 부담도 18일 종료 전망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현재 희망블록이 29개 또는 30개인지, 특정 이통사가 5, 6라운드에서 연달아 입찰유예를 신청했는지 아니면 두 개 이상 이통사가 입찰유예를 신청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단순 숨 고르기일 경우 경매가 2~3일 더 진행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블록을 줄이려는 이통사는 정부 제시가보다 낮은 금액선택입찰(억원 단위로 제시)을 선택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만일 7라운드에서 경매가 종료된다면 블록당 958억원, 8라운드 종료 시엔 961억원에서 최종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주파수경매 중간결과(1일차, 6.15(금)) >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