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최저가, ICT 경쟁력 훼손한다]〈상〉기술 평가 소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5 호선 철도통합망(LTE-R) 사업을 '2단계 최저가 입찰'로 최종 발주했다. 산업계와 공공기관 반발에도 불구, 2단계 최저가를 강행한 데 따른 비난이 비등했다.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승객 안전은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5 호선 철도통합망(LTE-R) 사업을 '2단계 최저가 입찰'로 최종 발주했다. 산업계와 공공기관 반발에도 불구, 2단계 최저가를 강행한 데 따른 비난이 비등했다.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승객 안전은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5호선 철도통합망(LTE-R) 사업을 '2단계 최저가 입찰'로 최종 발주했다. 산업계와 공공기관 반발에도 불구, 2단계 최저가를 강행한 데 따른 비난이 비등하다.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입찰 방식은 발주기관 고유 권한이다. 법률로 규제할 수 없다. 하지만, 첨단 ICT가 필요한 산업 전체로 2단계 최저가 입찰이 확산돼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않다.

저가 입찰의 폐해를 고려하면 차제에 2단계 최저가 입찰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2단계 최저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상〉기술 평가 소홀

발주처가 사업 수행 혹은 물품(서비스)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에는 △수의계약 △턴키계약 △협상에 의한 계약 △지명경쟁입찰 △2단계 최저가 등이 있다.

2단계 최저가 입찰은 기술보다 가격 중심 평가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1단계에서 특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업체를 선별하고, 2단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다.

2단계 최저가 입찰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처럼 우선협상 등 추가 기술협상 과정이 없다. 기술 검증 등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한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찰 참여기업이 대부분 1단계 기술평가를 통과하고, 2단계에서 얼마나 낮은 가격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수주 여부가 결정된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2단계 최저가 입찰은 기능이 단순하고 보편화된 제품을 구매할 때 주로 적용된다. ICT 분야에서는 군이 랜(LAN)이나 IP텔레포니 등을 구매할 때 사용했다. 예산은 물론 입찰 기간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LTE-R 사업처럼 셀 플래닝과 다른 통신망 연동,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 등 고도 기술이 필요한 사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2단계 최저가 입찰의 또 다른 문제는 품질 저하다. 2단계 최저가 입찰로 진행된 사업에선 품질 저하 논란은 여럿 확인됐다.

통신장비업체 임원은 “기술력이 낮더라도 1단계는 통과하고 2단계에서 가격만 낮춰 제안하면 된다”면서 “발주처는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행사에 지체보상금을 물리지만, 사업 지연과 품질 저하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단계 최저가 입찰은 ICT 산업 발전에 악재로 작용한다.

수주하더라도 기업은 수익성 훼손을 감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등 재투자에 걸림돌이다. 이같은 구조에서 기술 경쟁력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 중저가 외산 제품 확산도 문제다. 파격적 가격을 앞세운 화웨이를 극복할 수 없을 정도다.

서울교통공사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ICT 사업에 2단계 최저가 입찰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건 2단계 최저가 입찰의 부작용이 ICT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2단계 최저가 입찰의 무분별한 적용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그리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표〉협상에 의한 계약과 2단계 최저가 입찰 비교

[2단계 최저가, ICT 경쟁력 훼손한다]〈상〉기술 평가 소홀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