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교육 온상으로 불리던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를 35년 만에 탈바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영재 발굴·양성'과 'SW인식 확산'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살리기 위한 대회로 이원화한다. 개편으로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회 이원화에 따른 운영 주최와 운영 방향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논란 여지를 남겼다.
◇35년 영재대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허물어지나
KOI가 3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 것은 대회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KOI는 SW인식 확산보다 영재교육에 초점을 맞췄다는 비난을 받았다. C언어 등 일반 교육과정에서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언어를 문제에 출제하는 등 난도가 높아 사교육 시장을 조장했다.
개편으로 사교육 시장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OI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영재발굴과 양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한국대표 선발과정을 KOI로 통합한다. IOI에 참가하기 위해 KOI 시험을 치러야한다. KOI가 영재발굴에 초점을 명확히 하면서 기존 문제보다 난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KOI 전국대회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 수준이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KOI가 영재 선발을 위한 대회로 공식 인정함에 따라 문제는 더 어려워지고 일반 교육과정에서 풀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영재 교육에 맞춰 고액으로 바뀔 수도 있는만큼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중고급 이상 차별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교육도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남겨진 불씨…'한국코드페어' 실행력도 담보해야
KOI는 올해 지역대회에 7000여명이 참석할 만큼 규모가 큰 국내 주요 SW대회다. 정부가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시행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교육계와 학생, 학부모가 주목하는 부분은 KOI와 IOI 정확한 운영 방향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IOI와 KOI를 어떤 방향으로 통합할지 구체적 실행 안을 확정짓지 못했다.
기존 IOI한국대표 선수 선발은 학교장 추천과 면접을 거쳐 40여명을 우선 선정했다. KOI에서 우수 성적을 받은 학생 10여명이 IOI한국대표 선수로 포함됐다. 50여명이 전문가와 교수 교육을 받아 세계대회에 출전한다. 공청회에서 최종원 교수(한국정보과학회 수석부회장)는 “KOI가 IOI와 통합된 후 KOI 출신 수를 10명으로 계속 유지할지 확대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현재로서는 크게 바뀔 게 없다”고 답했다.
대회 주최·주관 문제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현행 KOI는 과기정통부가 주최하는 정부 주도 대회다. 내년부터는 KOI 주최·주관이 한국정보과학회로 이관된다. 정부 주최에서 학회 주최·주관으로 바뀌면서 대회 위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패널은 “정부가 주관하는 것과 학회가 주관하는 것은 권위 측면에서 학교나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고 우려했다.
신설하는 한국코드페어 역시 예산확보, 주최·주관 등 남겨진 숙제가 많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거쳐 8월말 코드페어 구체적 계획이 확정되면 예산을 확보, 내년부터 시범적이라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SW저변확대를 목표로 변화된 교육과정과 연계해 경쟁이 아니라 축제방식으로 청소년이 SW를 즐기도록 유도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